[충청일보 사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체제에 대한 논란이 연일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5일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김이수 헌법재판관의 통진당해산반대, 병역거부, 동성애 문제 등에 관한 판결에서 국민적 상식과 동떨어진 판단을 한 사람”이라며 그를 헌재소장에 지명하고 지지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했다. 청와대는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18일 현재까지도 새 헌재소장 후보자 지명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논란의 출발은 김 권한대행이 국회에서 인준을 받지 못한데서 비롯됐다. 국회는 지난 9월 11일 본회의를 열어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다. 문 대통령이 국회의 부결 결정을 존중하지 않고, 김이수 권한대행 체제가 계속되게 한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헌법과 법률 위배가 명백하므로 탄핵 사유에 해당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회의 임명동의 탈락이라는 불명예를 짊어진 김 권한대행은 국회 표결 후 사퇴하지 않을까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예상을 깨고 ‘권한대행’이라는 타이틀로 사실상 헌재의 수장을 맡고 있다. 인사청문 요청이 진행되기 전인 3월14일(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임기만료 다음날) 헌법재판관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헌재소장 대행에 선출됐고, 국회에서 동의안이 부결된 이후인 지난 9월 18일 헌재 판관회의가 대행체제 유지에 동의했다는 것이 김 재판관이 헌재소장 대행을 계속 맡을 수 있는 근거라고 한다.

이 주장의 법적 타당성 여부는 차치하고 우선 삼권 분립이라는 상식적인 정치학 논리에 비춰보면,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러운 일이다. 헌재소장은 대통령이 임명권자이지만 헌법은 반드시 국회의 임명동의를 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을 견제하고, 국민의 대표들의 모임인 국회를 통해 해당 후보자의 인품과 경력을 낱낱이 조사해 국가의 근간인 헌법을 수호하는데 부적합하거나 국민적 정서에 미달하는 자가 헌재소장을 맡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설치해 놓은 중요한 시스템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 개인계정을 통해 김 권한대행 체제를 옹호하는 글을 올려 정치적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문 대통령은 헌법재판소법과 규칙을 내세워 김 권한대행이 정당하게 맡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헌재 내부의 결정으로 김 권한대행이 계속 헌재소장을 맡고 있을 뿐 “이에 대해 대통령과 국회는 인정한다, 안 한다 라고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헌재가 전임 대통령 탄핵 결정함으로 인해서 이뤄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됐다. 누구보다도 헌재를 존중해야 한다. 특히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 국민의 뜻을 존중한다는 공약으로 많은 표를 얻었다. 그런 문 대통령은 민의의 전당으로 불리는 국회의 결정을 더욱 존중해야 옳다. 국회의 동의를 얻지 못한 김 대행이 아닌 새로운 재판관을 헌재소장 후보를 신속히 지명해 국회 동의를 요구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