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진지박물관 대표

[김정희 진지박물관 대표] 한여름의 모진 더위를 견디고 맞이하는 가을은 무척이나 달콤하다. 8월의 마지막 주, 청주에서 펼쳐진 청주야행. 청주의 변두리 골목에 그렇게 많은 인파를 경험해 본 적이 있었던가?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새로운 정부의 출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더니 갑자기 쏟아진다. 폭우, 그리고 긴 장마. 그 순간 어둠과 빛이 전해 주는 공간에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져 펼쳐지는 야행은 사람들의 마음을 십분 움직인 듯하다.

 문화유산활용 사업은 문화재의 보존에 대한 근본적인 방안 모색과 대중의 문화의식 성장과 함께 문화재청은 직접관리 대상이었던 궁능을 중심으로 적용하였고 2005년 문화재활용과를 신설하였다. 2008년부터는 지역의 문화재를 사회경제적 가치를 지닌 자원으로 재인식하고 지역문화재의 창의적 활용을 통해 이를 지역경제 활성화에 연결시키기 위한 생생사업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2009년에는 "문화재 유형별 활용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 지자체에 보급되었다.

 생생사업은 4개 사업에서 2017년 현재 120개 사업으로 확장되어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관련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생생사업을 시작으로 향교·서원, 전통산사 활용사업, 그리고 관아활용사업의 계획까지 확장되며 다양화되고 있다. 이외에도 전국적으로 민간과 정부의 협업과 소통을 통한 '지역문화유산 생생열차', '살아 숨 쉬는 민속마을', '궁중문화축전' 등이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문화유산활용 분야가 양적인 성장을 한 반면에 산업화된 영역이 제대로 조성되고 있는가에 대한 검토의 필요성이 재기되고 있다.

 충북의 경우는 어떠한가? 문화유산활용 사업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그 문화유산의 성격에 맞는 창의적인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 그리고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여도에 있다. 문화유산이 갖고 있는 공간을 통해 당시의 문화를 전달하고 효과적인 향유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2013년 필자는 충청북도 의회와 함께 충청북도문화재 관리실태 조사 및 보존활용 방안에 관한 연구의 책임을 맡아 진행한 경험이 있다.

 그 과정 중에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조직에 관한 것이었다. 충북에 문화재과를 운영하는 지자체가 있는가? 광역자치단체에서 문화재전담과가 없는 곳이 있는가? 충북이 그러하다. 문화유산의 관리와 활용이 정책적으로 전문성과 고도의 전략을 요구함을 인식한 대부분의 타 광역자치단체에서는 조직의 개편을 통해 과를 신설하고 연구, 보존관리, 활용, 산업팀으로 운영하고 있다.
충북의 문화유산활용, 정책이 필요하다. 전략이 필요하다. 창의적인 프로그램에 앞서 정책적으로 계획이 세워지고 그 계획에 따라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브랜드화, 관광자원화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기획하고 운영할 소신 있고 능력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창의적 기획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조직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문화유산의 활용은 일회적 행사가 아니라 브랜드화, 관광자원화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문화유산의 활용은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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