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다방면에서의 양극화 현상이다. 장기적인 불황과 그에 따른 청년 실업의 증가로 소비 형태에서도 양극화가 심하다. 과시적 소비형과 극단적 절약형이 그것인데, 전자가 욜로족이라면 후자는 알뜰족이다. 한 번 사는 인생을 즐기자는 '욜로'(YOLO) 열풍 속에서 그래도 한 푼이라도 아끼자며 '알뜰 소비'에 집중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즉흥적 소비가 욜로족의 특징이라면 알뜰족은 계획적 소비를 실천한다.

 알뜰족은 다양한 방식으로 절약을 실천한다. 전통적 방식으로는 은행을 이용해 돈을 절약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커피값, 유흥비 등을 아껴 저축하는 '소액 적금'이나 잔돈을 매일 꾸준히 모으는 '자투리 적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통장을 용도별로 개설해 관리하는 '통장 쪼개기'나 매일 사용할 금액을 정해 봉투에 나눠 넣는 '봉투 살림법'을 실행하기도 한다.

 '영수증 모음'을 통해 소비 습관을 돌아보는 방식도 있다.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영수증을 통해 소비 습관을 분석한 후 알뜰족에게는 'Great'이라는 말로 격려하고, 욜로적 성향을 보인 충동구매나 대량구매자에게는 'Stupid'라고 말하면서 일침을 가한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욜로족이 알뜰족으로 돌아서기도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소비 경험을 공유하고 개선하는 방식도 있다. 돈을 모으거나 씀씀이를 줄이는 방법을 관련 사이트에 올려 '짠돌이 되는 법'을 공유한다. 어떤 사람은 무지출을 정기적으로 실천한다. 그에게 이날은 'no money day'다. 자신의 결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재테크 관련 카페에 지출 내용을 적어 올리면 회원들은 거기에 댓글을 달아준다.

 자신의 계획을 더욱 철저히 실천하는 힘을 그들로부터 얻는 것이다. 식비 절약을 위해 냉장고 안 식재료만 사용하는 '냉장고 파먹기'를 한 사진이나 점심 도시락을 싼 사진을 올리며 절약을 인증하기도 한다. 이들은 소비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쾌감을 느끼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전통적인 근검절약 기조를 꿋꿋이 이어간다.

 스마트시대에 걸맞게 앱을 이용한 재테크인 '앱테크(AppTech)'도 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광고를 보거나 영수증을 올리면 포인트를 주고, 포인트를 현금으로 전환해 주는 앱이 있다. 걸음 수를 적립하면 현금으로 전환해 주기도 한다. 운동을 하면서 동시에 교통비도 아끼니 일거양득이다.

 청년들은 남에게 보여주는 외형적 소비에 집중하느냐, 미래를 위해 극단적으로 절약하느냐 두 가지의 양극화된 소비 방식을 취한다. 알뜰족의 소비 형태는 청년들이 지속되는 경제위기에 맞서기 위해 선택한 새로운 수단이다. 사회구조가 청년들을 점점 더 가난하게 만들고 그들은 돈에 얽매이기 때문에 이런 소비 형태의 등장은 희망적이지만 동시에 절망적이기도 하다. 꿈을 먹고 사는 청년들이 자칫 돈의 노예로 전락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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