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수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신동수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국의 1인 가구수는 538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8%에 달하고 2020년에는 30%, 2035년에는 34.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나홀로 족의 비율이 가장 많은 주거 유형이 됐다. 가정 간편식 시장도 5년 새 51% 증가하는 등 솔로 이코노미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고 하니 혼밥이 유행하는 사회가 된 것 같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여러 지면이나 인터넷에서 혼밥에 대한 좋고 싫음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다. 그러고 보면 의식주 중 유독 식(食)에 있어서는 혼자임이 어색하다. 옷에서도 혼자만의 개성을 강조하고, 잠도 혼자 자는 게 편한데 왠지 밥은 혼자가 어색하다.

 혼밥에 대한 불편한 사회적 시선은 왠지 우울한 모습이 강하다. 그리고, 혼자 밥 먹는 걸 두려워하는 것을 뜻하느 solomangarephobia라는 용어가 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혼자 밥 먹는 것에 대해 굴욕감을 느끼기까지 하는 것이다. 나도 그랬고, 공포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점심시간에 혼자 밥을 먹으러 가는 것은 어색하기 그지없고 왠지 사회 부적응자나 왕따처럼 느껴져서 같이 식사할 사람이 없으면 아예 먹질 않았던 기억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상황으로 어쩔 수 없이 혼밥하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나름 혼자의 시간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다르게 갖기 시작했다. 각종 SNS의 홍수 속에서 더 이상 육체적 거리만으로 사회적 소속이나 집단을 판단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카페에 나란히 앉아 있으면서도 서로 자신의 SNS에만 몰두한 나머지 몇 십 분이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볼 때 과연 물리적으로 같이 있어야만 혼자가 아니라고 말 할 수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육체적인 고독은 차라리 내 의지에 따라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로 여겨도 좋겠다.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는 시간들 중 적당한 고독과 외로움은 나를 되돌아보고, 인식하고, 계획하는, 나다운 나를 만드는 잠깐 쉼의 시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혼밥을 위해 나홀로족이 되자는 것은 아니다. 혼밥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다수의 시선 자체가 바뀌어야 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내가 혼자임에 익숙하면 남이 혼자임이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혼밥의 시대,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거창하게 프레이밍 효과 (Framing Effect)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어떨까. 혼밥도 자꾸 해보니 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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