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야권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바뀌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18일 공석중인 헌법재판관 한 자리에 유남석 광주고등법원장을 지명했다. 지난 1월말 임기가 만료돼 퇴임한 박한철 전 헌재소장겸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대통령이 임명자 몫에 해당한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대한 ‘코드 인사’와 관련해서는 그간 많은 비판이 제기돼 왔다. 우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에 대한 지명부터 문제가 됐고, 결국 지난 87년 개헌에 의해 헌법재판소가 설립된 이후 최초로 국회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는 파란의 주인공이 됐다.

게다가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김 권한대행 체제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2차적인 파문을 일으켰다. 야권은 국회에서 임명 동의를 받지 못한 사람이 헌법재판소장 대행을 계속 맡도록 방치하는 것은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며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하고, 새 헌재소장 후보자를 신속히 지명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김 대행에게는 자발적으로 사퇴하라는 요구까지 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문 대통령은 국회 부결 후 곧바로 새 헌재소장 후보자를 선정해 국회에 임명동의를 요청하면 될 일이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공석중인 헌재 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고 헌재소장 후보 지명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아 또 다시 국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문 대통령이 헌재소장과 헌법재판관 인사를 놓고 이처럼 매끄럽지 못한 행보를 지속하는 배경엔 코드 인사라는 잘못된 관행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권한대행은 이념적으로 진보좌파에 편향된 판결 기록을 갖고 있다는 야권이 비판에 부딛쳐 인사청문회에서 집중적인 견제를 받았고 임명동의안 처리가 국회에서 3개월 이상 표류했다. 군대 내 동성애 허용 옹호, 통합진보당 해산 반대 의견 등이 대표적인 좌편향 판결로 지적됐다.

문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김 권한대행이 국회 국정감사 출석이 거부된데 대해 대통령으로서 사과를 한 것도 도를 넘을 처사였다. 그를 헌재소장 후보로 지명한데 이어 그의 소장 권한대행 체제 유지를 공언한 것은 물론,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이 헌재소장 권한대행에게 국회에서 모욕을 받은 데 대해 사과까지 하는 것은 누가봐도 잘못이다.

헌법재판소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이정미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 후임으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지지선언, 노무현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을 한 이정미 후보를 지명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념적 코드를 맞춰 지명했다는 지적을 면치 못했고, 이 후보자는 주식 부당 이득 부분이 문제가 돼 자진 사퇴했다.

유남석 헌재재판관 후보도 편향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형편이다. 유 후보자는 법원 내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초창기 멤버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대법원장에도 우리법연구회 창립 주역인 김명수 전 춘천지법원장을 지명한 바 있다. 사법부가 특정 이념을 가진 모임 출신들이 장악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될 것이 뻔한데도 이처럼 코드인사를 반복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