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수필가

[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수필가] 요즘 하늘을 바라만 보아도 참으로 행복하다. 애국가 가사처럼 가을 하늘이 공활하다. 올가을에 유난히 하늘이 드높은 것은 시월 중순 무렵, 북동쪽에 오래 체류한 고기압 덕분이라니 자연의 위력이 경이롭다. 이런 날씨에 월요일마다 등산을 하는 친구들과 속리산을 등반했다. 마침 단풍도 절정을 앞두고 있어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충전하고 싶어 우리 고장의 명산부터 설레는 가슴으로 다녀왔다.

 어떤 사람은 법주사를 보고 속리산을 다녀왔다고 말하기도 한다. 필자도 세심정, 복천암을 서둘러 돌아보고 속리산을 다 본 것처럼 했는데, 모든 것을 제대로 보고 수용하여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다. 여느 때 같으면 일주문, 오리 숲, 법주사를 거쳐 문장대에 올랐는데, 이번에는 청주에서 버스를 타고 경북 화북까지 가서, 문장대와 천왕봉 등을 거쳐 속리산터미널에 와서 버스를 타고 돌아오니 더욱 흥미롭고 색달랐다. 승용차를 타고 가면 주차한 곳으로 되돌아가야 하니 대중교통이 더 편리하고 유익하다는 것도 체험했다.

 첩첩산중으로 둘러싸인 속리산, 속세를 버리고 수도하는 산답게 산세가 수려하고, 우뚝우뚝 솟은 봉우리와 아기자기한 기암괴석들이 비단으로 수를 놓은 듯한 단풍과 어우러져 탐방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였다. 화북 방면에서 오르는 문장대 길은 경북 땅이라 생각하니,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장대온천 개발 문제도 떠올랐다. 좁은 국토에서 지역 갈등도 많으니 대자연에게 부끄럽다. 문장대에 도착하니 평일이라 그런지 한산해서 씁쓸했다. 백두산, 장가계, 한라산처럼 속리산도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면 좋겠지만……. 다른 곳에는 거의 없는 4,000원이나 되는 입장료도 관광객들에게 불평거리와 걸림돌이 되어 안타깝다.

 모든 것이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보면서 집중하니, 전에는 보이지 않던 속리산 유래, 문장대 표지석 뒤에 새겨진 글도 보이고 가슴에 와 닿았다. 도(道)는 사람을 떠나지 않았는데 사람이 도를 멀리하였고, 산은 세속(世俗)을 떠나지 않았는데 세속이 산을 떠났다하여 이름 붙여진 속리산(俗離山) 문장대 1,054m. 구름 속에 갈무리 져 운장대(雲藏臺)라 하다가 세조(世祖)가 이곳에 올라 시를 지었다하여 문장대(文藏臺)라 했으니 우러러 우주의 장대함을 보고 구부려 품류(品類)의 번성함을 살핀다는 기묘(奇妙)의 극치, 정상에는 알이 부화한 둥글게 파인 곳이 있으니…….

 전에는 왜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을까? 문장대가 있는 곳이 보은 땅이 아니라 상주이고, 속리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는 천왕봉(1,058m)으로 문장대(1,054m)보다 조금 더 높다는 것도 직접 탐방하며 알았다. 또한, 문장대를 10여 번 올라보고 아는 체했는데, 그곳에서 만난 청주에 산다는 분에게 1,440번 왔다는 믿기 어려운 말을 듣고 끈기와 겸양지덕도 배운, 어느 때보다 더욱 알차고 많은 교훈을 일러준 단풍의 향연(饗宴)이 펼쳐진 장엄한 속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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