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유난히도 무덥던 여름이었는데 일교차가 심해지고 아침과 저녁으로는 서늘한 바람이 옷깃 안으로 스며들고 계절의 변화 속에 지난 세월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총무처에 임용후보 등록을 했으나 군복무관계로 69년에 36개월 만기 전역 후에 중앙부처에 발령을 받은 후 네 차례나 사표를 내고 법학을 전공하여 검정으로 얻은 준교사 자격증을 들고 31세에 늦게 출발한 교직이었지만 충주시 가금중학교를 시작으로 충주중, 청주고, 청주여고를 거치며 오직 교육에만 몰두할 수 있는 교육환경으로 보람 있는 생활이었는데 최근 들어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기사를 접하며 빨리 교직을 떠나고 싶다는 어느 교장의 말에 이해가 간다.

 교육현장에서 학교장 중심의 자율적인 학교경영이 논의되는 가운데 교장시절에 어느 교육청 주관으로 이루어진 "학교장 중심의 자율적인 학교 경영"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다. 여러 명의 주제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의미 있는 세미나였다. 토론이 끝날 무렵에 참석자로 한마디 의견을 발표할 기회가 있었다. 논어(論語)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고 했다. 지금 교육현장에는 자율적인 학교 경영이 이루어져야 된다고는 하고 있지만 교육 외적 요인에 의해서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역에 따라서 차이가 있겠지만 일선교육청 당국의 지나친 간섭이나 시시콜콜한 것까지 간섭하는 학부모나 어머니회, 지역인사, 학교운영위원들의 간섭 등을 가끔 발견하게 된다. 15년 넘은 지난 이야기이긴 하지만 지역교육장이 학교를 방문할 때 교육청에서 좌석배치나 펜, 접시를 준비하라는 등의 지시를 받을 때 일선 학교장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한번쯤 생각해 보았는지 궁금했다. 자율적인 학교 경영이 이루어지려면 교육청이나 학부모, 운영위원들이 지나친 간섭을 하지 말고 지원, 격려해주고 가끔은 따끔한 충고와 지도 조언을 해줄 때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나친 간섭은 오히려 학교의 자율적인 학교경영에 걸림돌이 된다.

 학교장은 교육적 소신을 갖고 열린 마음으로 선생님과 학생들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하고 상급교육청의 교육지표아래 학교 나름의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학부모나 지역사회의 요구나 열망을 경청하며 학교 경영이 이루어져야한다. 이제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가짐으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대화하며 자라나는 청소년을 바르게 교육하기 위해서 화합된 모습으로 밝고 희망찬 충북교육을 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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