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숙 수필가

 

[이향숙 수필가] 나무들이 곱게 옷을 차려 입는다. 덕분에 큰아이가 공연으로 분주해진다. 오늘은 중증장애인 시설에서 연락이 왔단다. 어머니를 모시고 언니와 공연을 보러 가기로 했다. 네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걷듯이 운전을 한다. 들꽃이 살고마니 따라온다. 언 듯 노아의 집 정문이 보인다. 잔디 마당에는 마이크를 잡은 가수가 혼신을 다해 노래를 한다. 관객의 절반은 그를 둘러싸고 춤을 춘다. 무아지경이다.

공연 관계자들 속에 있는 아들이 우리 일행 쪽으로 걸어온다. 그 어느 공연장에서보다 반갑다. 객석의 관객들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우리를 쫒다가 눈이 마주치자 멋쩍게 웃는다. 나도 덩달아 미소를 지었다. 무대에서는 장애 우들이 백댄서가 되고 객석에서는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그들을 바라보며 나는 저토록 열정적으로 삶을 대한 적이 있던가 싶다. 의자에 앉으며 동행한 언니에게 앉을 것을 권했다. 그러자 옆자리에 장애우가 자리를 양보하려 한다. 그의 고운 마음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이런 따스한 사람이 어떤 사연을 안고 이곳까지 왔을까.

화장실을 핑계 삼아 건물을 둘러보았다. 정원이며 방마다 개인 소품까지 아가자기하다. 위생과 정서를 신경 쓴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다만 지형 상 어쩔 수 없겠지만 잔디마당과 다른 건물을 오르내리려면 가파른 언덕이 부담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누군들 이곳에 자리를 잡고 싶었을까. 장애우 시설이니 사람들의 기피로 떠밀려 들어왔으리라. 그들만의 노아의 방주를 만들고 끝나지 않는 세상과의 전쟁을 했을 터이다. 손을 내밀어줄 용기마저 없는 객客은 객客쩍게 웃는다.

음악회는 한창 열기가 뜨겁다. 하지만 오래 머무르는 것도 민폐이지 싶어 길을 나섰다. 언니는 삼십 여 년 전 고아원 봉사를 했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아들 공연이라고 길을 나섰던 것이 부끄러워진다. 이번 기회로 우리 모녀들도 노아의 집, 장애 우들과 가을을 닮은 인연을 맺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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