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 수필가

 

[김영애 수필가] 여름부터 가을 내내 나는 이 남자들에게 푹 빠져서 지낸다. 사랑에 빠졌다. 늘 설레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눈물까지 흘릴 정도니 이렇게 사랑에 빠져본 기억이 가뭇하다. 그들을 만나는 요일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일상의 무료함을 달래며 지냈다. 사랑에 빠지면 그 감정을 감출수가 없어서 수다쟁이가 된다더니 내가 그랬다. 아들 며느리에게도 나의 감정을 공감해주길 바라는 듯이 만날 때마다 그들을 얘기했으니 늙은 나이에 주책이라고 느끼지는 않았을지...멋진 노래에 푹 빠져서 지내고 있는 올해 가을은 감성 충만 이다.

서로 다른 분야에 젊은 아티스트들이 모였다. 별이 되고 싶은 뮤지션들의 비장함이 보이는 경연이 시작되었다. 빛을 발하지 못하고 희미한 존재였던 이름 없는 별들의 반란이다. 어렸을 때부터 오로지 음악만을 했었을 젊은이들의 간절한 꿈이 느껴져서 그들의 음악은 더욱 절절하고 아름답게 와 닿았다. 천상의 목소리를 가졌지만 음악의 길을 접었던 시골농부 테너 청년도 있었고 화학 회사 연구원도 참가했다. 이태리에서 이미 명성을 쌓은 음악가와 독일에서 인정을 받은 저 젊은 음악도 들이 어떤 목마름과 갈증들이 저 자리에 서게 했는지를 생각하니 그들의 음악이 귀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가슴 깊은 울림이었다.

어느 유학파 학생의 인터뷰 내용이 진정한 예술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했다. 경연에 참석하겠다고 지도 교수님께 조언을 구했을 때 만류하시면서 10년 후에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를 생각해보라고 했던 그 말씀이 오히려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고 했다. 오페라나 뮤지컬등 순수음악의 프레임 속에 자신을 가둬 두지 않고 내 감정을 노래하며 살고 싶다는 그 청년이 참으로 멋져보였다. 대중과 함께 공감하면서 기쁨으로든 슬픔으로든 충분한 감정정화가 되게 했다면 가치 있고 진정한 예술인 것이다.

한여름에 솔로로 경연은 시작되었다. 선발된 사람들이 이중창을 하고 삼중창을 거쳐서 마지막 사중창 남성보컬의 실력을 겨루는 동안에 많은 탈락자들이 무대를 떠났다. 같은 꿈을 나누면서 함께 노래했던 동료가 탈락자로 호명되어 무대를 떠날 때에는 안타까움에 어깨를 들썩이면서 울었다. 뜨겁게 포옹을 하면서 흘리는 사나이들의 눈물은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게 했다. 음악적인 감동도 컸지만 그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남자들의 의리는 한편의 휴먼 다큐드라마였다. 감히 저들의 음악을 누가 점수로 평가 할 수 있단 말인가! 남아 있는 사람들 보다 무대를 떠난 사람들 음악의 여운이 오래 남아 있다.

팬텀싱어는 각자의 다른 목소리를 내지만 그것이 화합의 소리를 내어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룬다. 장르가 다른 음악의 형식을 혼합하여 만드는 크로스오버 음악을 추구한다. 다양한 음악이 하나가 되어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각자의 성부가 다르다. 높은 음과 중간 음을 내는 사람, 아주 낮은 음역을 내는 네 명의 남자들이 만들어 내는 음악이 아름다운 것은 화합하기 때문이다. 각자의 개성과 장점을 굳이 내세우려하지 않고 그 음악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알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내 목소리만을 크게 내려 하지도 않고 나를 돋보이려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더욱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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