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우리는 여러 번 프로 복싱 세계 타이틀 매치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그렇게도 어렵게 획득한 세계 타이틀을 너무나도 허망하게 빼앗기는 모습을 보아왔다. 가장 중요한 패인(敗因)은 대부분 전혀 상대방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외국 선수들은 누구와 앞으로 싸우게 될 것 같다고 하면 미리 날아와 그 선수의 싸우는 모습을 직접 보거나 또는 필름을 입수해서 철저하게 연구한다는 것이다. 상대가 있는 경기란 상대적(相對的)인 것이다. 아무리 이쪽이 평균적으로 볼 때 도전자보다 낫다고 하더라도 철저하게 연구한 상대방으로부터 급소를 맞고 허(虛)를 찔린다면 질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것은 비단 경기뿐만 아니라 인간의 모든 행동에 그대로 적용되는 원리인 것이다.

 무릇 행동에는 목적이 있고 목적에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이 있다. 즉, 사람이 행동할 경우에는 반드시 계획이 있기 마련이고 그 행동효과는 계획이 얼마만큼 치밀했느냐의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합리적으로 짜여진 계획일수록 성공하는 확률이 높고 직감에 의한 행동은 실패로 끝나는 케이스가 많다. 세상에서 성공자, 승리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계획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뛰어난 계획을 세움으로써 명예를 얻고 있다. 손자(孫子)는 그 용간편(用間編)에서 사전의 조사, 정보수집의 중요성을 이렇게 역설하고 있다.

 "‥‥전쟁이 일어나면 몇 십만의 군세(軍勢)를 수 천리 떨어진 먼 곳까지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백성이나 정부의 부담은 하루 천금(千金)을 넘고 전쟁의 영향은 국내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에도 파급된다. 도로는 군사용(軍事用)으로 쓰여져 수십만의 농가는 농사도 짓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몇 년이 지나지만 승부는 하루에 결판난다. 이런 싸움에 있어 사전의 조사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그러나 정보의 수집에는 백금(百金)이 있으면 충분하다. 이 백금을 아껴 조사를 게을리 하는 자는 사람 위에 설 자격이 없다. 결코 영관(榮冠)을 얻을 수가 없는 것이다."

 부동산 거래의 실패례(失敗例)를 보면 그 대부분은 조사부족과 애매한 정보가 그 원인이다. 또한 등산가들은 어떠한 때를 막론하고 산에서의 조난은 조사부족이 절대적인 원인이며 따라서 충분한 조사와 치밀한 계획은 사고를 방지해 주는 절대적인 패스포드라고 지적한다. 사업의 실패나 작업의 미스도 그 원인의 대부분은 조사 부족에 있다. 행동에 들어가기 전에 하는 충분한 조사와 올바른 정보 수집은 그 효과를 올리는 철칙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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