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밤과 낮의 일교차가 제법 큰 날들이 지속되는 걸 보니 가을도 끝자락을 향해 가고 겨울이 가까이에 있음을 실감한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파란 가을의 하늘은 더 없이 높고 맑아 바라보는 자체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치유가 된다. 또한 가을바람 역시 선선하다. 그 바람에 실어오는 공기는 혹독한 더위에, 또 고온다습했던 여름날에 들이마신 공기와는 비교조차 거부한다.

이런 가을날에는 누구나 아련한 첫사랑을 추억하기도 하고 시인이 되기도 한다. 어느 여인에게 연모의 마음을 담아 연서라도 밤새워 쓰고 찢기를 반복하고 싶고, 아니면 이 풍요로움과 오색의 정취에 취해 서정의 시를 끄적거려 보고 싶은 낭만은 누구에게나 있을 법도 하다.

그러나 이 계절에 취해 낭만의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그런 사소한 여유조차 사치스레 느껴지는 청춘들이 있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춘세대들은 뒤돌아 볼 마음의 여유조차 없다. 말 그대로 만물이 푸른 봄철이라는 예쁜 단어의 청춘이지만 현재 이 가을을 살고 있는 대다수 청춘들은 그리 푸르지도 않고 봄날처럼 따뜻하지도 않다. 포기와 좌절이라는 단어가 어느새 익숙해진 그들에게 스스로를 보듬고 위로할 시간마저 상실한 채 가을을 보낸다.

대학가도 이맘때쯤이면 예외가 아니어서 서로의 갈 길을 찾아 고민하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청춘들을 보면서 맘 한 구석은 늘 싸늘해진다. 길을 찾는 그들에게 길잡이까지는 아니어도 어둠 속 희미한 등불정도는 되어 주고 싶은 심정이다. 모두가 노력하고 준비한 만큼의 결실이 그들에게 축복으로 다가왔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경쟁과 서열에 내몰린 그들에게 필연적으로 누군가는 눈물을 삼켜야 하고 소외되는 아픔을 겪을 수밖에 없다.

보도에 의하면, 올 하반기 대기업과 공무원 채용시즌이 본격 시작되면서 20만 명을 웃도는 청춘들이 취업 경쟁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공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채용규모가 늘어난 가운데 다음 달 중순까지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의 '가을 취업전쟁'이 계속될 전망이다. 취업난이 날로 심각해 지다보니 청춘들은 마음이 조급하다. 오전에 다른 기업 입사시험을 치른 후 오후에 다시 한 곳 더 응시해야 하는 이른바 오전과 오후 2연전을 치르는 응시생들은 행여나 시간을 맞추지 못할까 퀵서비스 오토바이들이 등장하는 모습에서 그들의 간절함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들이 아무리 아파하고 간절한들 이 사회는 그들 모두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고용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 각 기업에서는 필요한 인원만큼만 채용할 뿐이고 그 숫자가 구직자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할 뿐이다. 아울러 세상은 급속한 기계문명의 발달로 사람이 할 일은 그만큼 줄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누구를 원망하고 탓할 수도 없다. 결국 우리가 만든 사회이고 결국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지금의 아픈 계절을 보내는 청춘들에게 어린 날의 꿈과 열망이 차갑게 식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열심히 준비했으니 모두에게 그만큼의 결과가 따라왔으면 하는 간절함으로 부서진 꿈과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주고 싶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당부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 아울러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원하는 결실을 맺어 시린 겨울이 아니라 따뜻하기를, 그리고 책 한 권, 시집 한 권만이라도 읽어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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