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청주흥덕경찰서 봉명지구대

 

[이재영 청주흥덕경찰서 봉명지구대] "다음부터 안 그러겠습니다. 이번 한 번만 그냥 넘어가시죠." 경찰관이 된 지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교통단속을 했을 때 마다 가장 많이 들어온 말이다. 여차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법한 교통법규 위반을 한 이후 사람들은 경찰관에게 마치 선처와 계도를 맡겨둔 것처럼 택시라는 이유로, 배달차량이라는 이유로 늘 봐달라는 말을 했다. 이런 말들은 특히 보행자들의 무단횡단을 단속하게 됐을 때 가장 많이 듣는다.

"차 없을 때 급해서 지나갔어요. 한 번만 봐주세요." 라며 단속하는 경찰관에게 사정을 하는가 하면, " 뭘 이런 걸 끊어?"라며 되레 큰소리를 치고 항의를 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무단횡단의 경우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의 신호를 무시하고 건널 경우 도로교통법 10조2항에 따라 2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건널 경우 도로교통법 10조5항에 따라 3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어떻게 보면 그리 크지 않은 범칙금의 금액 때문인지 사람들은 무단횡단은 반드시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결여돼 있다. 이런 사람들의 인식은 경찰관들에게 단속되더라도 그저 봐달라고만 말하거나, 무단횡단 단속에 대해 납득해 수 없다며 도리어 화를 내는 실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지난 2016년에만 필자가 근무하는 봉명지구대 관내에서 보행자 사망사고가 4건이나 발생했다. 올해 들어서도 보행자 사망사고가 한 건 있었다. 이 모든 사고가 보행자의 무단횡단으로 일어난 것이다.도로교통법 48조에는 운전자의 안전운전의무에 대해 규정하고 있고, 모든 운전자에게는 전방을 주시할 의무가 있다고는 하나,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보행자의 무단횡단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사고 장소에서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 보행자 신호등과 횡단보도가 있었음에도 조금 더 빨리 가겠다는 마음으로 무단횡단을 하다 그러한 끔찍한 사고로 이어졌고, 이는 유가족들에게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차량 운전자에게는 사망사고를 냈다는 죄책감을 안겨주게 됐다. 이외에도 다른 보행자 사망사고 역시 근본적인 사고 원인은 무단횡단이었다.

한순간의 그릇된 판단이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현재 봉명지구대를 비롯한 청주흥덕경찰서에서는 더 이상의 보행자 사망사고를 예방하고자 경로당 교통교육, 불법 밤샘주차 차량 등 사고요인 제거 활동, 지속적인 무단횡단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무단횡단으로 단속될 경우 "아 2만 원 버렸네"라는 말들을 하곤 한다. 그러나 본인이 버렸다고 생각한 그 2만원이 스스로에게 경각심을 주고 그러한 일들이 본인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찰관으로서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더 이상 시민들이 무단횡단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교통법규를 준수해 더 이상은 무고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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