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무릇 자기의 자리에서 본연의 마음과 자세로 묵묵히 일하는 진정(眞正)한 사람들이 있다. 다음은 어느 대학교수의 이야기다.

그는 20여 년 전 자신이 몸담았던 대학에서 “하늘이 무너져도 수업이 우선이다. 재물과 권력 앞에 먼저 고개 숙이지 마라. 닭 벼슬만도 못한 게 ‘중벼슬’이거늘, 선비는 세속의 감투를 멀리해야 한다.”라고 강조한 원로교수를 떠 올렸다. 이로 보아 당시의 대학가에는 나름의 영혼과 품격 그리고 아우라(고고한 분위기)가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대학의 현실은 ‘병든 지식인 사회’가 되어버렸다고 개탄하면서, 다음과 같이 진단하고 있다.

오늘 날 지식인 사회에서,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이른바 ‘폴리페서(polifessor)’가 너무 많아졌다. 게다가, 대학의 용역형(用役型) 학문 체제로 관(官)주도의 단기 R&D사업이 시나브로 우리나라 지식 생태계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하여 많은 대학교수가 관변 프로젝트에 재미를 붙인 ‘지식업자’로 전락하고 있다. 아울러 정보화 시대도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의 세계에서조차 다수결 원리를 떠받는 지적 포플리즘의 성행으로 대학의 위상이 작고 초라해졌다.

이와 같이 진단하면서 그는 이제 대학은 교양은 사라지고 이념만 무성하게 되어, 지식인 사회가 무너져 병든 지식인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야말로 오늘의 대학의 현실을 바르게 진단하고 비판한 참 된 지성인(知性人)이라 여겨진다.

다음으로 20대 청년시절 읽었던 두 권의 책 가운데, 두 문장이 분수처럼 강렬했던 내 안의 순수와 열정을 일깨워 주었다는 어느 의과대학 교수의 이야기다.

즉 ‘천국의 열쇠’에서는 콧대 높던 귀족 출신 수녀가 치셤 신부의 신앙에 대한 열성과 헌신에 감동하여 마음을 열게 되고, ‘동의보감’의 경우, 차겁고 매정했던 스승이 제자의 환자에 대한 헌신과 의학에 대한 열정에 탄복하여 자신의 병든 몸을 내주었다는 문장을 읽었는바, 당시 그는 이에 엄청난 감동을 받아, 책을 덮고는 한참 울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년 시절 아미치스의 ‘사랑의 학교’를 통해 용기와 정직의 소중함을 배웠고, ‘트로이 목마,를 읽음으로써, 지혜와 전략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으며, 윤동주의 ’서시‘는 시대적 양심에 괴로워하던 시절에 큰 위로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이처럼 어린 시절과 청년시절에 그의 가슴을 파고 들었던 삶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많은 책을 접하면서 더욱 단단해지고 다양해졌으며 정교하게 조각되었다라고 기술 하였다. 이제 그는 한 의료인으로서, 주변의 스승 및 환자들의 헌신적이고 이타적인 모습이 다시 큰 가르침이 되었다는 것이다.

모름지기 그는 책이야말로 그의 삶에 참으로 소중한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믿음의 씨앗’을 키우고 이를 진정으로 실천해 갈 것으로 믿는다.

이어서 가난한 이들의 무료병원인 요셉 의원 설립자 선우경식 원장의 스토리다. 요셉의원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나 육체적 질환으로 고생하던 사람들의 질병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자활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설립한 자활자립 시설이다. 돌이켜 보면, 그는 가난한 노숙인들의 삶을 다시 피어나게 했던 아주 ‘특별한 노숙인들의 아버지’로 아주 특별한 사랑을 실천한 분이라 하겠다.

끝으로, 오스트리아 출신의 간호사인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20대 후반 소록도에 들어와 한센 환자들을 위해 젊음을 다 바쳤던 소록도의 천사들로, 몸소 70대가 되어서야 귀국하였다. 이러한 그들의 헌신적인 활동에는 실로 숭고한 사랑과 희생정신이 녹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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