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이 소속 간호사들에게 밤 10~11시까지 춤 연습을 시키고, 환자와 그 보호자, 재단 경영자와 직원들 앞에서짧은 옷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게 했다는 보도는 대명천지에 이런 일이 과연 있을 수 있는 것인지 귀를 의심케 한다. 보도에 따르면  성심병원 간호사들이 지난달 열린 자체 재단 행사에 동원돼 짧은 옷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도록 요구받았다고 폭로했다. 더구나 이런 일들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장기자랑 공연에 동원돼 춤을 췄다는 한 간호사는 “장식을 한답시고 가슴 쪽엔 가위질을 내서 파이게 한 (노출이 심한) 옷을 입었다. 관리자급에게 하고 관리자급에게 하고 싶자 않다고 얘기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토로했다. 더구나 들어온지 얼마 안되는 신입 간호사들이 장기자랑의 주된 동원 대상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싫다는 말을 감히 입밖에도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북한의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젊은 여성들을 훈련시켜 그들만의 비밀 파티에서 춤을 추고 시중을 들게 하는 이른바 ‘기쁨조’를 북한 독재자들의 대표적인 횡포로 비난해 왔는데, 이 나라에서도 버젓이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얼굴을 들기 어렵다.

직장의 ‘갑질’이 이 정도라면 성추행이나 다름없다. 일자리를 무기로 대학을 갓 졸업하고 희망에 부풀어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어린 여성 사회 초년병들의 꿈과 인권을 이렇게 짓밟아도 되는 것인가? 더구나 한림대학은 재단이 종교재단은 아니라도 가톨릭 계통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성심(聖心)이라는 명칭은 주로 가톨릭 교회에서 많이 사용해서 일반적으로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학교병원으로 인식하게 된다. 자칫 가톨릭 교회까지 이미지에 손상을 입을 우려도 없지 않다.

환자 위로를 위한 공연이 필요할 경우 조금만 비용을 들인다면 얼마든지 전문 연예인들의 무대를 마련할 수 있는데 그 돈도 아까워 눈물을 흘리며 싫다는 신입 간호사들에게 2 가지 일을 강요한 것이다. 더구나 병원 측은 공연 연습을 간호사 일과가 끝난 후에 시켰으면서도 시간외 수당을 한 푼도 주지 않았다고 한다. 명백한 노동법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다.

감독기관인 고용노동부가 그동안 뭘 해왔는지 답답하다. 노동부가 약자인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하기는 커녕 강자인 사용자들의 비리를 바로잡는데 턱없이 미흡다는 지적을 들을 만하다. 문제가 불거진 성심병원에는 무려 240억원의 체불임금이 쌓여있어 노동부가 뒤늦게 내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간호사들은 보통 하루 3교대를 반복하며 환자들의 각종 짜증을 받아주는 힘든 일에 시달리고 있다. 공부는 의사 못지 않게 했으면서도 대표적인 3D 직종으로 꼽힌다. 이직률도 높고, 특히 병원 취업 후 1년을 버티기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도 매년 간호학과 졸업생들이 쏟아져 나오니 병원은 간호사들의 근무여건 개선에 크게 신경을 안 쓴다고 한다. 노동부가 이번을 계기로 정신 바짝 차리고 제대로 각종 병원들의 부당노동행위, 근로자 탈법 동원, 악질 임금체불 적발 등 본연의 임부를 다하고 발본색원 할지 국민들이 지켜볼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