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근 변호사

[오원근 변호사] 양심적 병역거부는 아주 오래 전부터 논란이 되어 오고 있는 중요한 사회 이슈다. 헌법재판관이나 대법관 인사청문회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이다. 지난 11월 8일 유남석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때도 이 질문이 나왔다. 유 후보자는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형사처벌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양심·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가 반복되고 있어 개선의 필요성이 있고, 대안 중 하나가 대체복무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답에서도 많은 고민을 느낄 수 있다.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람을 살상하기 위해 총을 들어서는 안 된다는 양심을 가진 사람들은 이 규정을 근거로 병역 거부를 하고 있다. 한편, 헌법 제39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규정에 따라 병역법에서 병역의무의 내용과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가 헌법 안에서 충돌하고 있는 것인데, 현재까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양심의 자유보다는 국방의 의무를 더 중시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하급심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2004년 첫 무죄판결 이후 점차 늘어나다가 이제 53건이 되었는데, 올해만 36건이 선고되었다. 무죄 취지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인데, 이런 공감대가 판사들 사이에서 급속하게 확산되는 분위기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인권위의 여론조사에서도 2005년 찬성이 10.2%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찬성이 46.1%로 거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야 한다고 답하였다. 우리 사회의 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차츰차츰 변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1950년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누적 수감자는 여호와의 증인 1만 8,613명, 비종교적 이유 거부자 65명이다. 세계 양심적 병역거부 수감 현황은 2013년 11월 13일 기준 한국 599명, 싱가포르 18명, 투르크메니스탄 8명, 에리트레아 3명 등으로 한국이 압도적이다. 

 2006년 10월 유엔의 권고에 따라, 국방부가 2007년 9월 대체복무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으나,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바뀐 후 반대하는 의견이 많은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백지화되었다.

 국가는 국민 개개인의 인권보장을 위해서 존재한다. 양심은 인권 가운데 핵심이라고 할 수 있고, 따라서 가능한 한 최대한 보장해 주어야 한다. 국가안보라는 현실, 양심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등의 문제가 있지만, 대체 복무기간을 현역보다 훨씬 더 길게 하는 방법 등을 동원하면 위와 같은 문제 해결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대법원, 헌법재판소, 국회가 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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