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하늘도 청명한 가을인가 싶더니 어느덧 낙엽이 뒹굴고 찬바람이 부는 만추가 되었다. 떠나가는 가을이 아쉬워 늦가을을 만끽하려는 단풍놀이 인파로 고속도로는 연일 정체다. 외유도 가을을 즐기는 한 가지 방법이겠으나, 이 천고마비의 계절은 사유를 통해 우리의 마음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적기다. 흔히 인문학의 부재가 최근 발생하고 있는 심각한 사회문제들의 근본 원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정신을 풍요롭게 해줄 인문학 향연이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인문학계와 시민사회와의 소통, 인문학 대중화 사업의 선구자인 한국연구재단은 인문학 대중화 사업을 통해 인문학 분야의 연구 성과를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보급하며 인문학 진흥을 도모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문학 대중화 사업은 2006년 시작된 석학인문강좌, 시민인문강좌, 인문도시, 인문주간, 세계인문학 포럼 및 한중 인문학 포럼 등이다.

 '석학인문강좌'는 우리 사회에서 학문적으로 일가를 이룬 인문학자들이 지닌 사유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제시한다. 시민이 일상 속에서 인문학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시민인문강좌'는 인문학계와 시민사회의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각종 인문학 단체 주관으로 지난 10년간 전국 각지에서 일반 시민, 학생,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강좌를 진행해오고 있다. 또 '인문학 탐방단 영 휴머니스터'를 모집하여 대학생들이 인문사회분야 주요 연구현장을 탐방하고 취재할 기회를 준다.

 이에 발맞추듯 인문주간이 제12회를 맞이하여 전국 27곳에서 다채로운 인문학 축제가 열린다. 교육부가 매년 10월 마지막 주를 인문주간으로 정해 전국 주요 도시에서 인문학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여는데, 올해는 '인문학, 관용과 성찰의 지평을 열다'를 주제로 인문도시로 선정된 전국 지자체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인천시는 인문학 일반, 동아시아학, 한국학, 인천학의 네 분야로 주제를 선정하여 상·하반기로 나누어 '시민 인문학 강좌'를 개최한다. 포항시는 '빛의 인문학, 포항을 밝히다'라는 주제의 강연을 개최했고, '인문학과 빛'을 주제로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인문체험 및 행사를 진행한다. 수원시는 역사, 자녀, 힐링, 예술, 인문, 공감의 6가지 주제로 '테마가 있는 인문학 강좌'를 열고, 울산시 반구대 포럼은 생생문화재사업의 일환으로 '반구대 인문학 강좌'를 8회에 걸쳐 개최한다. 전주시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인문학 특별강좌'를 열고, 순천시는 '낯익은 공간에서 만나는 낯선 이야기'라는 주제로 권기봉 작가 초청 시민인문학 강좌를 개최한다.

 이렇게 해가 거듭될수록 열기가 고조되는 다양한 주제의 인문학은 내 주변 어디에나 있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자신을 반추하고 성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저물어가는 이 가을에 조금은 허허로울 수 있는 마음을 관심 있는 인문학으로 채워 각자의 정신을 살찌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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