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얼마 전 교사를 위한 학생평가 연수를 했다. 교사가 평가한 학생부는 대학입시에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보편적인 교사의 평가 역량은 높지 않은 편이다. 많은 교사들이 만점을 기준으로 학생이 잘못한 것을 찾아서 감점한다. 평가의 초점이 오직 학습의 부족함을 찾는 것이라면, 평가는 학습 동기를 위축시키고 배움을 피하게 만든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의 읽기, 수학, 과학 능력을 평가하는 국제평가(PISA)에서 우리 학생의 학업성취도는 높지만, 동기는 매우 낮다. 이는 평가가 학생들의 자신감에 손상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연수 후 한 교사가 나에게 학교의 심각한 문제를 설명하였다.

 "학종이 갈수록 중요한데, 똑같은 능력을 가진 학생을 A 교사가 평가할 때와 B교사가 평가할 때 달라요. 실력이 없어도 평가를 잘해주는 교사를 만나면 좋은 대학을 가고, 그렇지 못하면 나쁜 대학을 가니 큰일입니다." 우선 이 말에서 "똑같은 실력"을 가진 학생이 있을까? 학생은 교사가 기르므로, 학생의 단점만 찾는 교사와 장점을 찾는 교사에 의해 학생의 성장은 달라질 것이다. 더구나 교사의 평가가 학생의 대학을 결정하고, 대학은 직장을 결정하고, 좋은 직장은 돈 많이 버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이 곧 행목이라는 생각도 잘못된 것이다.

 종종 교사가 자녀 학생부를 조작하다가 적발되는 사례도 들린다. 부정한 방법으로라도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면 그 과정에서 자녀가 세상사는 어떤 방식을 배울지 깨닫는다면, 차마 자신의 손으로 그런 일은 안할 것이다. 인간에 대한 무지로 인해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잘못된 일이 너무나 많다. 핀란드의 PISA 점수가 세계 최고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교육 관계자들이 수없이 핀란드를 방문했지만 그 효과는 미비한데, 그 이유는 학생 평가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관계자는 핀란드의 교사를 만나 물었다. "뛰어난 학생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교사는 잠시 생각하다가 "우리는 모든 아이들이 소중합니다. 아이들은 다양하게 성장하므로 교사는 잘하는 아이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그 말을 이해 못하고 관계자는 자꾸 같은 질문을 했고, 핀란드 교사 역시 계속 같은 답을 했다.

 어떻게 한 인격체인 학생을 점수로 평가할 수 있을까? 너는 80점짜리 학생이고 너는 100점짜리 학생이라는 평가 결과가 과연 말이 되나? 세상에 나와 보면 80점짜리가 100점짜리를 먹여 살리는 일도 허다하다. 평가를 통해 인간을 서열화하는 과정은 폭력이며, 미래 우리의 희망인 학생들의 꿈을 짓밟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학생을 평가하는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