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육정숙 수필가]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계절마다 특색이 있어 늘 같은 모습으로 사는 일보다는 훨씬 삶의 활력이 된다. 계절은 예견된 변화이기에 미리미리 준비를 할 수 있어 좋다. 겨울 식량을 위해 미리 씨앗을 뿌리고 거름을 주고 열심히 키워 입동 전후가 되면 집집마다 김장을 한다. 올해도 여지없다. 하지만 요즘은 소금에 절여서 나오는 절임배추가 있어 예전보다 김장이 훨씬 수월해졌다.

 60∼70년대까지만 해도 11월이 되면 집집마다 배추를 가득히 쌓아놓고 품앗이로 김장을 하는 정겨운 풍경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 주거문화가 아파트이고 바쁜 생활이다 보니 그런 풍경들이 사라졌다. 농촌에서는 아직까지 온 동네 부녀자들이 모여 서로 정을 나누며 김장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무엇이든 내일을 위해 준비를 한다는 일은 준비하는 과정이 다소 힘들더라도 나름 흥미롭고 기대도 되고 삶의 활력이 된다.

 오늘을 살며 내일을 기약하고 그리고 먼 훗날도 생각하며 기대와 설렘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산다는 일들이 모두 다 그런 것이지 싶은데 요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문명이 발달되면 될수록 살기가 좋아져야 하는데 오히려 미래가 불확실하다. 그래서 두렵다. 불안하다. 문명의 이기는 나라 밖 한쪽에선 핵폭탄을 만들어 전 세계를 불안에 떨게 하고 또한 세계 곳곳에선 엄한 사람들에게 총질을 해대거나 폭탄을 터트려 경악하게 만든다. 이제는 조용하던 한반도에 역대에 없던 큰 지진까지 발생했다. 지진은 먼 나라 남의나라일 인줄 알았더니 내 나라 내 집안 일이 되었다.

 한 번의 땅 속 흔들림이 지금까지 쌓아 온 모든 것들을 한 순간에 사라지게 만든다. 날씨마저 추운 겨울이다. 힘들고 어려운 때 일수록 서로가 용기를 잃지 않도록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어야 할 때다. 더 이상의 땅속 흔들림이 없기를, 간절함으로 기도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