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홍성은 이미 농협이 모든 것 좌지우지 막대한 자금력 바탕으로 절대권력화"

 

[홍성=충청일보 고영호기자] 농협은 농민들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농민들을 보호하고 농민들의 땀 흘린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을 돕고, 농민들의 농업 기술을 향상시켜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농협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농촌의 전통시장은 농민들이 주인이다. 힘들게 농사지은 것을 시장에 나와 팔면서 농산물의 가격을 농민들이 정해 판매를 한다. 판매한 자금은 다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데 사용하고 생활비와 자식들을 위한 쌈지 돈으로 준비된다.

최근 들어 농협 판매 매장들이 대형화 되면서 지역 상권을 위협하고 있다. 홍성의 경우만 하더라도 홍성농협과 홍성축협의 매장은 이미 지역 상권을 흔든 지 오래다. 롯데마트의 입주당시 지역상권을 보호를 외치던 많은 사람들이 농협의 대형화엔 누구하나 손들고 말하는 사람이 없는 게 현실이다. 농촌지역에서는 농협의 힘이 이미 절대 권력처럼 변모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휴점일을 외치던 지역 리더들이 농협마트 휴점 엔 말 한마디 못하는 현실에서 이번에는 지역 경제의 한 축인 전통시장(5일장)이 열리는 날 농협마트가 특가세일을 한다고 현수막(사진)을 내걸었다. 장날 장에 가는 농민들을 마트로 유치하겠다는 발상이다. 장터의 노점상 대부분이 농민들인 농촌 소읍의 형편에서 보면 기가 막힌 일이다.

광천 장날 노점에서 야채를 판다는 농민 A할머니는 "사람도 별로 없는 지역에서 마트만 크게 지어놓고 결국 우리 같은 노인네들 돈 몇 푼 버는 것도 막는 것"이라며 "농협이 뭐하는 곳인지 이 사람들이 까먹고 있다"고 화를 냈다. 

시장에서 만난 B씨는 "홍성은 이미 농협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한다. 마트는 물론 은행, 장례식장, 농자재, 돼지 똥 처리까지 돈되는 일이면 무조건 농협차지가 된다"며 "농협 중앙회의 막대한 자금으로 절대권력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농협은 금융회사이어서는 안된다. 농협은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이어서는 안된다. 농협은 권력이 아니고 지역을 위해 농민을 위해 존재하는 공공의 조직이어야 한다. 농촌시장을 잠식해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농협의 취지와는 다른 것이다. 지역을 섬기고 보듬는 농협의 모습을 농민들은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몇평의 매장' '몇 명의 직원' '몇천억의 자산규모'를 자랑하지 말고 농민을 위해 어떤 '봉사'를 하고 어떻게 섬겼고 이익은 어떻게 환원했는가를 자랑하는 농협으로 거듭나길 농민들은 바라고 있다. 농협의 주인은 농민이다. 주인이 원하는 농협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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