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 충북주민자치회장

[홍순철 충북주민자치회장] 가을이라 그런지 자꾸만 하늘을 보게 되고 물감 물든 듯 알록달록한 산새를 또다시 쳐다보게 된다. 길을 가다가도 노오란 은행잎이 살포시 떨어지는 그 광경에 눈길을 빼앗기곤 하니 아름다운 이 계절을 예찬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일분일초를 나누어 뛰어 다녀야 하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깐이나마 짬을 내어 창밖을 보며 차를 마시고 싶은 센티해지는 마음이 들었으니, 이래서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 했는가 하며 혼자 웃음이 나왔다. 그 순간 창밖의 가을나무들을 보며 어쩌면 내 인생이 4계절에서 가을만큼 와있는데 내 삶은 가을에 걸맞게 잘 익어가며 살아왔는지에 되돌아보아졌다면 그것이 우연이었는지 필연이었는지 모를 일이 생겼다.

구청에서 주민자치위원들과 회의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받지 못한 부재중 전화를 확인해봤다. 가깝게 지내는 지인의 목소리가 들리고 편치 않음이 직감적으로 느껴졌다.가을은 그리움의 계절이고 절로 센티해지는 낭만의 시간이라고 괜한 너스레를 떨며 편하게 얘기를 할 수 있도록 마음을 토닥여주었다. 마음의 상처가 깊을수록 말문이 터지지 않는 법인지라 전화기 너머로 차 한 잔을 권하며 천천히 기다려주었다.

울먹이는 지인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듣자하니 이해되는 정도를 넘어서 그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나 또한 무조건적인 공감과 리액션을 쏟아 붓자 어느 순간부터 열변을 토하던 그가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만큼 힘들었을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로인해 힘든 루머를 겪어야 하고 자신의 평판이 너덜너덜해진것에 대해 신경을 쓰다 못해 신경쇠약에 걸릴 지경이라고 하였다. 잘못을 하고도 뻔뻔하게 대응하는 사람들을 못 견디겠거니와 억울한 소문들에 대해 속수무책인 그가 사무치게 안쓰러웠다.

비단 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무신경한 말들에 상처를 받고 누군가가 무책임하게 내뱉은 말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헛소문과 잘못된 정보 속에서 상처받고 힘들어 한다. 나만 괜찮겠다고 남이야 다치던 말던 거짓말과 모함 속으로 곤경을 빠뜨리고 남을 짓밟아 이득을 보고도 잘못 따위는 느끼지 못하는 이성에 둔감한 현실사회의 단면을 보곤 한다.

상처받았을 모두에게 오늘 이 가을 남자가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평판에 집착하지 마라” 당신이 고의로 누군가를 다치게 하고 상처를 준 악인이 아니라면 필자가 하는 쉽지만 진리인 이 말을 가슴에 새겨두고 마음을 달래보길 바란다.

흔하게 떠들 수 있는 일방적인 평판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소신과 옳음을 지켜간다면 그것이야말로 당신의 인격을 두텁게 쌓아갈 수 있는 길이라 믿는다. 옳은 일들에 힘을 주고 뜻을 지켜가는 과정에서 대다수의 좋은 사람들은 당신의 마음을 알고 이해해주는 것이 진실 아니겠는가.

물론 여러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하는 현실사회에서 홀로 꼿꼿하게 진실과 당면 하며 의롭게 살아간다는게 쉽지 않을 것이며 수없이 아프겠지만 그래도 진실은 보여지고 이기는 것이 아니겠냐고. 그래도 이 한세상 스스로 불명예그럽게는 살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닐까.

채근담을 인용하여 필자의 마음을 다시 한 번 표현해본다.

< 棲守道德者 寂寞一時 依阿權勢者 凄凉萬古 서수도덕자 적막일시 의아권세자 처량만고>

양심과 도덕을 지키며 사는 자는 한때는 적막하나 권세에 아부하는 자는 만고에 처량하다 하였다. 의로움을 지키느라 외롭고 힘든 삶을 살지언정 만고에 처량해 지는 불의의 삶을 살지 말라했다. 눈앞의 이득을 위해 정의를 버리는 짓은 매우 졸렬함을 알아두라.

<聞惡不可就惡  恐爲讒夫洩恕 문악불가취악 공위참부설서 聞善不可急親  恐引奸人進身 문선불가급친 공인간인진신>

나쁜 평판을 듣더라도 곧바로 미워하지 말고 좋은 평판을 듣더라도 서둘러 가까이 하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나 스스로부터 좋은 사람이 되야 겠다면 반드시 새겨두었으면 하는 말이다.

다시 가을 얘기로 마무리를 짓고자 한다. 전화를 끊고 나서 창문을 여니 제법 찬 기운의 바람이 불어온다. 가을은 깊어가고 그 치명적인 아름다움이 마치 매서운 추위의 겨울을 대비하는 마음같이 느껴졌다. 아니다싶은 말들과 소문 따위들은 저 바람 속에 지나가게 내버려 두고 옳은 관계속에서 바른 힘을 기르기 바라며, 그대들의 대쪽 같은 소신을 응원하는 바이다. 모든 이들의 가을을 위하여.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