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요즘 김득구선수 생각이 많이 난다. 1982년 11월 14일 미국라스베이거스에서 라이트급 세계챔피언 자리를 두고 당시 챔피언이었던 맨시니와 붙어서 14회 KO패를 당한 후 사망한 선수이다. 누구보다 기억에 남는 선수이다. 물론 4전5기 신화를 창조했던 홍수환선수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깊은 인상을 주었던 선수는 바로 김득구선수이다. 김선수는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의 재혼 등 각 종 악재가 겹쳐져있는 어린 시절에 무작정 서울로 상경하여 권투에 투신한 선수였다. 당시 유명했던 김광선선수를 물리치고 동양챔피언이 된 후 한국 프로복싱 사상 최초의 세계라이트급 챔피언을 놓고 최강의 복서였던 맨시니와 혈투를 벌였다.

 당시 주일 아침에 그 경기를 보면서 너무도 당당하게 맞서서 싸우는 모습을 보며 엄청나게 흥분했었다. 그러나 13회 공이 울리자마자 싸울 태세를 갖추기도 전에 맨시니가 달려와서 그대로 주먹을 날리고, 여기에 그로기까지 가는 충격을 입었고, 14회에는 역으로 13회에 당한 것을 복수하고자 본인이 먼저 달려가다가 역으로 펀치를 맞고 쓰러진 후 사망한 선수이다. 당시 눈동자가 풀린 상태에서 로프를 잡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였는데, 의료계에서는 그 모습 자체가 의학적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카운트 10까지 세고 KO패를 확인 후 그대로 쓰러졌고 그 다음은 TV가 승리한 맨시니에게 화면이 옮겨진 관계로 김선수의 상황을 보질 못했지만 얼마 후 뇌사상태란 보도 그리고 뒤이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김선수의 사망으로 인해 세계타이틀이 15회에서 12회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부분이 바로 김선수에게 사랑했던 여성이 한 분 있었고 그 분이 김선수의 아이를 잉태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지우고 새 길을 걸으라는 권유가 많았겠지만 그 분은 그런 것을 다 뿌리치고 아들을 낳아 훌륭하게 키워 현재 치과의사가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 이혼하면서 아이들을 서로 안 맡고자 하는 세태에 견주어 보면 참 훌륭한 여성이 아닐 수 없다.

 오늘 장황하게 김득구선수에 대해 글을 쓰는 이유는 요즘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비록 패했지만 누구보다도 자랑스러울 정도로 잘 싸웠던 김선수와 같은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렇다. 지식은 늘었지만 악착같은 모습이 없어지고, 심지어 캥거루족이라는 단어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못내 마음이 아프다.

 이 가을, 올 한 해도 저물고 가고 뭔가 손에 질 정도의 추수도 봐야 하는 시점에서 다시 한 번 김득구선수를 떠올린다. 특히 취업 등 자신의 진로로 고민하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한 마디 더 해 주고 싶은 말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김선수처럼 끝까지 부딪혀보라는 말을 해 주고 싶다. 설혹 실패 했다 해도 그것이 엄청 남는 장사임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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