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사실규명도 없이 사퇴부터 해야 하는 풍토가 옳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던 충남 홍성 출신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끝내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롯데홈쇼핑으로부터 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제3자 뇌물수수) 등을 받고 있는 전 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는 오늘 대통령님께 사의를 표명했다"며 "길지 않은 시간 동안이지만 정무수석으로서 최선의 노력으로 대통령님을 보좌하려 했는데 결과적으로 누를 끼치게 되어 너무나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염원으로 너무나 어렵게 세워진 정부, 그저 한결같이 국민만 보고 가시는 대통령께 제가 누가 될 수 없어 정무수석의 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제 과거(국회의원 시절) 비서들의 일탈행위에 대해 다시 한 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저는 지금까지 사회에 만연했던 게임산업에 대한 부당한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키고 e스포츠를 지원·육성하는 데 사심없는 노력을 해왔을 뿐 그 어떤 불법행위에도 관여한 바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전 수석을 20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다는 전언이다. 전 수석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이던 윤모씨와 김모씨는 이미 구속된 상태다. 청와대는 이번 주쯤 전 수석의 후임 인선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여소야대의 정치상황에서 정무수석의 역할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충청권에서는 전 수석의 정치적 위기상황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그가 꽃길만 걷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 수석은 행정고시 23회로,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정책기획비서관, 국정상황실장, 국정홍보처 차장 등을 거친 후 정계에 입문해 서울 동작갑에서 내리 3선(17~19대) 의원을 지냈다. 당내에서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로 활동하며 전략기획통(通)으로 꼽혔고 문 대통령이 2015년 민주당 대표를 지낼 때는 최고위원으로서 함께 당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해 4·13 총선(20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에서 같은 정세균계 인사 다수와 함께 공천에서 배제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올해 대선에서 선대위 전략본부장을 맡아 문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최전선에서 뛰었고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정무수석에 발탁됐다. 당시 비교적 젊은 인사들로 구성된 청와대 참모진 사이에서 풍부한 경륜을 앞세워 '왕고참' 수석으로서 중심을 잡아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과거 사건으로 발목이 잡혀 임명된 지 6개월여 만에 청와대를 나왔다.

앞서 지난 14일엔 더불어민주당 소속 권선택 대전시장이 정치자금 부정수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되면서 시장직을 잃었다. 자유한국당 소속 이승훈 청주시장도 지난 9일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원의 형이 확정되면서 시장 직위를 상실했다. 그는 지난 13일 청주시청에서 "끝까지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여러분 곁을 떠나게 돼 매우 죄송스럽고 아쉽게 생각한다"는 이임사를 뒤로 하고 청사를 떠났다.

이달에만 충청출신 청와대 정무수석과 대전시장, 청주시장이 차례로 옷을 벗은 것이다. 2017년 11월은 충청정가엔 잔인한 달로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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