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지난 2017년 11월 15일 오후 2:29분경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9km 지역에서 지진이 관측되었다. 2016년 경주 지진에 이어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지진 중 두 번째로 큰 지진이었다. 이 지진의 여파로 2017년도 대한민국 수능 시험도 한 주간 연기가 되었다.

 지진의 영향은 여러 방면에서 다양하게 나타났다. 세월호 사건이나 경주 지진 때와는 다른 정부의 발 빠른 대처가 주목받기도 하고, 포항시 내에서 몇몇 부서진 건물들이 부실공사 의혹을 받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이슈는 역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날짜가 연기된 사건일 것이다. 이로 인해 수능시험을 준비하던 학생들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교과서나 문제집 등을 모두 정리했다가 다시 찾아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우리를 또 다시 충격에 빠뜨린 일들이 있었다. 포항시 몇몇 학교에서 재난문자를 받고 대피하려는 학생들을 학교 선생님들이 막아선 것이다. 진동을 느낀 학생들이 동요하자 선생님들은 지진이 아니라며 계속 자습할 것을 요구하거나 학교 밖으로 대피하려는 학생들에게 수업 중 밖으로 나가는 것은 무조건 무단조퇴라고 으름장 놓기도 했다고 한다. 이후 각 학교들은 재난문자발송 직후 별다른 진동을 느끼지 못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동요하자 이를 바로잡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들을 내놓았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2014년 어른들의 판단 착오로 아무 죄 없는 250여 명의 학생들의 생명을 희생시킨 세월호 사건을 기억한다.

 세월호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학생들 325명이 탑승해 있었다. 300명이 넘게 희생된 이 사건은 아직도 그 원인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당시 배가 한 쪽으로 기울면서 배에 타고 있던 학생들은 우왕좌왕했고 선원들은 그런 학생들에게 객실에서 가만히 대기하라는 방송을 내보냈다. 배가 이미 너무 기울어 위험한 상황에서는 끝까지 배를 책임져야할 선원들이 먼저 탈출했고 그 시각에도 학생들에게는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 방송이 계속해서 들렸다고 한다.

 진짜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제2, 제3의 세월호 사건이 또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성경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부자가 농사를 지었는데 그해는 풍년이었다. 쓰던 곳간을 헐고 새로 지어야할 정도였다. 그렇게 새로 지은 곳간에 가득한 양식을 바라보며 행복한 마음으로 잠이 들었는데, 그날 밤에 하나님이 찾아오셨다. 그리고는 그에게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눅 12:20)라고 말씀하셨다.

 성공과 생명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라 할 수 없다. 그것이 특히 힘없고 어린 자들의 생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번 지진을 통해 지금까지 우리 한국 사회를 이끌어왔던 성공제일주의를 통해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얻었고 또한 무엇을 잃어왔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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