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은 드러낸 알몸으로 적장의 잘린 머리를 들고 묘하게 웃고 있는 유디트의 아델리블로흐 바우어. 꽃들이 만발한 벼랑에서 에밀리 플뢰게를 안고 입맞춤하는 상상을 그린 키스 등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은 여인과 자연이 주제다. 그러나 풍경화보다는 여인들의 그림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정식으로 결혼한 적은 없지만 공식적으로 알려진 아이들만 12명 이상이 된다고 한다. 그의 모델이 되었던 여인들은 그의 연인이기도 하였다. 못생긴 외모로 자화상 그리기를 꺼려했지만 그런데도 여성 편력만큼은 널리 알려진 바람둥이, 구스타프 클림트의 에로티시즘.



구스타프 클림트를 알게 된 것은 지난 해 동유럽 여행을 통해서다. 패키지를 통해 가는 여행이란 언제나 그렇듯, 무엇 하나 제대로 보고 느끼기에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날도 비엔나를 여행하는 중 근교에 클림트의 생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터라 일행들이 쇼핑을 하는 동안 가이드의 협조를 구해 40여 분의 시간을 얻어 내었다. 힘들게 찾아서 간 클림트의 생가는 기대 밖이었다. 전시되어 있는 그림 보다는 그의 생가로서의 의미만 있을 뿐 살아 있을 때의 그의 사진 몇 점과 그림 몇 점 뿐, 출입구에는 그에 관련된 선물용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아쉬움이 남았던 터라 이번 예술의 전당에서 110여 점을 선보이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21세기 마지막 전시라는 클림트전은 반가움이 더 했다.



클림트는 자신을 알고 싶으면 본인의 그림을 들여다보라고 하였다. 강열한 황금빛을 창조 해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에로티시즘적 여성 성을 우의적으로 인간들의 영원한 본능, 성에 대한 욕구와 사랑을 회화화 하고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 세간에 알려져 있는 무수히 많은 해설로서가 아닌 그림으로 그를 만나보자. 그림을 통해 그가 하고자 했던 음성이 시공을 초월하여 들리는 듯도 하다.

▲ 최복선 화가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