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김병우 충북교육감의 핵심공약사업인 '행복씨앗학교'가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뭇매를 맞았다. 단순한 지적수준을 넘어 사업 존폐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지난 10월 국감에서 '행복씨앗학교'의 기초학력 부실문제가 도마위에 오른 후 이번 도의회에서는 예산운영의 허점에 대해 집중적인 질타가 쏟아졌다. 진보성향의 김 교육감과 성향이 다른 야당 도의원의 비판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행복씨앗학교의 예산운영실태는 해도 너무 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이가 없다. 자유한국당 윤홍창 의원이 지적한 행복씨앗학교 예산운영 방만실태에 따르면 A학교는 49만원을 들여 신발정리함을 구매했고, B학교는 홍보달력 제작을 위해 160만원을 집행한데 이어 올해는 1·2학년 단체복을 맞추는데 13만원을 사용했다. 또 C학교는 동아리실을 꾸미는데 혁신학교 예산 200만원을 썼고 D학교는 중창단 단복 구매비로 76만원을 집행했다. 심지어 E학교와 F학교는 예산 편성·집행 매뉴얼에도 없는 간식비를 각각 310만원과 38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학생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키우는데 사용돼야 할 아까운 예산이 눈먼 돈처럼 엉뚱한데 집행됐다. 반면 행복씨앗학교 가운데 10여 곳은 학생기초학력 신장을 위한 예산을 전혀 집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홍창 의원은 "학생들 위해 써야 할 예산으로 컴퓨터, 프린터 등을 구매하는 기가 막힌 일이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국민의당 임헌경 의원도 "도내 행복씨앗학교 중·고등학교 기초학력 미달률이 일반학교에 비해 최고 11배(고등학교 기준)가 높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최소한의 기본적인 학습능력은 배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두 의원의 지적을 종합해 보면 학생들의 창의성 계발과 자율성 신장을 위해 사용하라는 예산은 각종 기자재와 간식비 등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곳에 사용하고, 공부는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것이 행복씨앗학교의 불편한 현주소인 셈이다. 물론 사업시행 초 있을 수 있는 과도기적인 현상 내지는 성장통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정책의 추진에서부터 관련 예산의 지원과 집행, 관리감독 등 모든 책임을 지고 있는 도교육청으로서는 이러한 지적을 뼈저리게 받아들여야 한다. 야당 도의원들의 질타를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제기된 문제점을 바로 잡는 대안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 더욱이 행정사무감사가 끝나면 곧바로 2018년도 도교육청 예산안 심의가 진행된다. 도교육청은 행복씨앗학교 예산으로 19억여원을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상태라면 심의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감 공약사업인 만큼 반영해달라는 단순한 읍소작전으로는 곤란하다. 시행착오에 대한 겸허한 반성과 본래의 사업취지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보완대책을 제시해야만 도의회의 문턱을 넘지 않을까. 아마도 행복씨앗학교의 예산통과 여부가 연말 지역 정·관가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 같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