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수필가

[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수필가] 낙엽이 내려와 흩날리며 쌓인다. 여름 내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 가로수 잎도, 담장 위에 무성하던 호박 덩굴도, 황금 옷을 자랑하던 은행나무 잎들도 된서리가 내리니 속절없이 우수수 떨어진다. 하루아침에 온갖 식물을 시들게 하는 지엄함이 있기에 옛날에 상감마마의 명을 추상(秋霜)같은 어명(御命)이라 했을 것이다. 이런 자연의 섭리에도 눈보라 칠 때까지 버티는 국화의 강인함도, 늦가을에 떨어지는 잎을 보며 흘린 어느 노인의 인생무상의 눈물도,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떳떳이 살고 은퇴하는 겸손함도 배우고 싶다. 잎을 떨군 나무는 이듬해 봄에 새싹이 돋겠지만, 사람은 한번 이 세상을 하직하면…….

 이렇게 가슴 아린 때에 따뜻한 안부를 묻는 전화 한 통화, 스마트폰으로 찾아든 절절이 가슴에 와 닿는 혜민 스님의 명언으로 황당한 오해를 받아 날아든 말에 입은 상처도 치유하며 새로운 힘을 얻었다. 인생길에 내 마음 꼭 맞는 사람이 어디 있으리. 난들 누구 마음에 그리 꼭 맞으리? 그러려니 하고 살자. 내 귀에 들리는 말들 어찌 다 좋게만 들리랴? 내 말도 더러는 남의 귀에 거슬리리니, 그러려니 하고 살자. 세상이 어찌 내 마음을 꼭 맞추어 주랴? 마땅찮은 일 있어도 세상은 다 그런 거려니 하고 살자. 무엇인가 안 되는 일 있어도 실망하지 말자. 잘 되는 일도 있지 않던가? 그러려니 하고 살자.

 사람이 주는 상처에 너무 마음 쓰고 아파하지 말자. 세상은 아픔만 주는 것이 아니니, 그러려니 하고 살자. 누가 비난했다고 분노하거나 서운해 하지 말자. 부족한데도 격려하고 세워주는 사람도 있지 않던가? 그러려니 하고 살자. 사랑하는 사람을 보냈다고 너무 안타까워하거나 슬퍼하지 말자. 인생은 결국 가는 것. 무엇이 영원한 것이 있으리. 그러려니 하고 살자. 컴컴한 겨울 날씨에도 기뻐하고 감사하며 살아야 하고…….

 마음 다스리기에 도움을 주는 유익한 책도 많이 읽었지만 이 명언을 읽고, 촌철살인(寸鐵殺人)이란 말처럼 짧은 경구(警句)로도 사람을 크게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날 읽은 좋은 글은 마치 훌륭한 선생님을 만난 것처럼 그지없이 기쁘고 마냥 반가웠다. 나날이 각박하고 분주한 생활 속에서 유머와 재치 또한 우리 삶의 활력소가 되고 윤활유가 되고 있기에 이에 대한 연수를 하고자 관련 강좌를 수강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혜민 스님의 명언도 긍정의 힘을 믿고 실천하자는 의미도 있는 것처럼, 긍정의 사고로 웃으며 즐겁게 생활하자는 교훈을 주는 말을 배우고 무척 기뻤다.

 살다가 보면 힘들 때도 있는데, 이때 '힘들다.'라고 부정으로 생각하지 말고 '힘이 들어온다.'고 하고, '짜증이 날 때'는 '짜증이 나간다.'라고 긍정으로 해석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자는 말이니……. 낙엽이 질 때, 길을 걷는데 플라다나스(버즘나무)의 커다란 잎이 어깨를 툭 치더니, 매사 긍정의 힘을 믿으며 의연하게 살아가라고 귀엣말로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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