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결단력 있게 행동하려면 남의 입이나 귀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실행력, 행동력을 키워주는 불가결의 요인인 것이다. 일본의 명문인 도쿄고상(東京高商), 지금의 동경상대(東京商大)를 나왔지만 호텔보이로부터 시작, 많은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오로지 호텔인으로 정진해 드디어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테이코쿠 호텔의 사장이 되었던 이누마루 테츠조의 이야기가 있다.

 명문대학을 졸업했지만 적당한 취직자리가 나서지 않자 그는 호텔에 들어가는데 처음 그에게 주어진 일은 "보이"였다. 호텔인으로서 자리 잡으려면 보이, 쿡, 프런트 같은 일부터 한발자국씩 밟아 올라가는 것이 통례였기 때문이다. 손님에게 머리를 숙이고 공손하게 응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던가. 그의 마음 한 구석에는 언제나 자신의 직업을 멸시하는 관념이 응어리져 있어 아무리 애써도 온 정력을 근무에 집중시킬 수가 없었다.

 그가 근무하고 있던 중국의 상해에는 기라성 같은 도쿄고상 출신들이 활약하고 있었다. 일류 은행의 지점장도 있었고 일류 상사의 임원도 있었다. 선배들은 그에게 그들의 "결의"를 전달한다. "자네가 현재 종사하고 있는 일은 우리들의 빛나는 모교의 명예를 더럽히는 것이다. 만약 자네가 나름대로의 이상을 품고 지금의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들 동창생 앞에서 그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이 얼마나 처절한 모욕인가! 그러나 나는 나의 길을 가야한다. 그는 묵묵히 그의 일에만 온 정열을 바친다. 그러다가 그가 더욱 호텔 인으로 수업을 쌓기 위해 40일간의 항해 끝에 도착한 곳은 런던.

 적당한 일자리가 없다. 어쩔 수 없이 그는 우선 호텔에서 유리창 닦는 일을 한다. 그 호텔에는 이누마루 말고도 또 한사람, 초로에 접어든 한 사나이가 묵묵히 유리 닦는 일에만 정신을 쏟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은근히 사나이를 경멸한다. 어느 날 야유하는 기분으로 사나이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은 이 일에 만족하고 있어요?" 그랬더니 사나이는 말없이 그를 복도에 불러 놓고 양쪽 창을 가리키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보았더니 오른쪽은 아직 청소가 안 된 채 더러운데 반해 왼쪽은 깨끗하게 닦아 놓아 투명한 광택을 내고 있었다. "이누마루, 양쪽을 비교해 보라. 닦으면 깨끗해지고 깨끗해지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무한한 만족감을 느낀다. 나는 이것을 천직으로 선택한데 대해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그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무엇엔가 호되게 얻어맞은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문득 거기에 깨달음이 있었다.

 참으로 직업에는 귀천이 없는 것이다. 이 얼마나 훌륭한 생활태도인가. 그는 그때부터 창 닦는 일을 자기의 천직으로 알고 전념했으며 그 후에 직장이 여러 번 바뀌어도 한결 같이 그런 자세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호텔의 지배인은 그가 일에 정진하는 것을 인정한 듯 곧 그를 플로어 포터로 임명했고 이렇게 해서 그는 바라던 호텔 수업을 계속할 수 있었고 드디어는 테이코쿠 호텔의 사장이라는 일류 인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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