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청주시 오근장동장

[김복회 청주시 오근장동장] 필자가 청주에서 살기 시작한지가 40년이 넘었다. 1976년도 고등학교를 청주로 유학을 와 지금까지 살아왔으니 명실상부한 제2의 고향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여기서 결혼을 해 아이 둘을 낳고, 그 아이들을 키워 시집, 장가까지 보냈으니 필자의 삶이 오롯이 녹아 있는 곳이다. 이런 곳임에도 불구하고 청주에 대하여 잘 알지 못했다. 외지에서 온 누군가가 볼만한 곳을 물으면 머뭇거리기 일쑤였다.

 그런 어느 날 청주학 강의를 한다는 기사를 보고 망설임 없이 강의 신청을 했다. 강의는 청주대학교의 청주학연구원에서 청주시에 대한 문화, 관광, 축제, 역사 등 전문가를 초빙하여 4개월간 매주 수요일에 강의를 했다. 강의실까지 꽉 막힌 퇴근 차로를 뚫고 가기가 피곤하지만 모르는 것을 알아 간다는 기쁨이 더 크고 행복했다. 자주 올랐던 상당산성의 축성방식, 구조 등을 알지 못하고 드나들었지만 통로의 본 명칭은 암문으로 옛날에 몰래 다녔던 문이란다. 성 밖으로 돌출되어 사각으로 된 것이 수구인데 물이 떨어지는 곳으로 성벽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 했다. 아는 만큼 보이듯이 이제 무심히 등산만 하던 때와는 다른 느낌일 것 같다.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강의는 현장에서 들었다. 늦은 시간이라 시야 폭이 좁고 어두웠지만 열정 가득한 수강생들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듣는다. 근대문화유산이란 개화기 이후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형성된 건축물, 기념물, 구조물 등 우리의 삶과 함께 했던 근·현대시기의 문화적 소산을 말한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충청북도청 본관, 우리예능원, 성공회성당, 도지사관사 등이다. 충청북도청이 1937년에 지어지기까지 과정을 가로등 불빛아래서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 데 꼭 할머니에게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만 같았다.

 성공회 성당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서양건축과 한국건축의 절충식이란다. 성공회 성당에서 내려다보는 청주 시내의 야경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일신여고에 있는 6동의 양관은 시간 관계상 현장 교육 없이 설명으로만 들었다. 한여름 밤이라 모기 뜯기며 듣는 수업이었지만 그리 싫지 않다. 지역을 사랑하는 교수님들과 전문가들이 토해내는 열정을 가슴으로 받은 19주의 과정을 마치고나니 나름 뿌듯한 기분이 든다.

 청주학 강의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했고, 내년에도 강의를 이어간다고 했다. 필자가 놀란 것은 수강생 중에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도 많은데 출석률이 굉장히 우수했다. 업무와 관련이 있는 문화관광해설사들도 있고, 지역사랑에 관심이 많으신 어르신들도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열정 가득한 그분들의 모습에 우리시의 희망이 엿보인다. 필자가 살고 있는 청주시에 대해 자랑할 것이 없던 게 아니라 모르기 때문임을 깨달은 시간이었다. 앞으로는 누군가 청주에 대하여 물어보면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길 기대 한다. 내년에는 우리시 직원들과 시민들이 많이 참여해 청주시의 홍보대사가 될 수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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