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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발효과학 옹기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콘텐츠진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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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5  14: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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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콘텐츠진흥팀장]고추잠자리 코발트블루 하늘아래 춤을 추는 계절이 오면 소녀는 뒷마당의 장독대로 갔다. 크고 작은 장독의 틈바구니에 피어있는 봉선화 꽃잎을 따서 손톱에 물들였다. 소녀의 오종종 예쁜 손은 금새 붉게 물들고 첫눈이 오기 전까지 지워지지 않으면 소망하는 일이 이루어진다며 아름답고 소중한 사랑을 염원했다. 봉선화 연정 터지는 소리와 장독대 장 익는 냄새는 한가로운 시골 마을을 구순하게 만들었다.

 그날 밤, 어머니는 사기그릇에 맑은 물은 떠 놓고 밤새도록 장독대를 지켰다. 저녁나절에 화장대 앞에서 연지곤지 바르더니 보름달이 뜨기 무섭게 장독대 사수에 나선 것이다. 우리 집의 평화와 건강을 기원하고 풍요의 염원을 담았다. 장독대의 장맛이 좋아야 우리 가족이 한 해 건강할 수 있다며 지극정성이었다.

 한국의 음식은 여인의 손맛이 아니라 마음과 정성에서 우러나는 심미적 특징을 갖고 있다. 그래서 장독대는 여인의 성소(聖召)다. 장독대는 마당 한가운데 있지 않고 뒷마당의 양지바른 곳에 있다. 곳간에 빗장 걸어두듯 단절된 공간은 아니지만 자연과 소통하되 은밀해야 하며, 햇살과 바람과 구름이 쉬어가되 구순한 장맛을 낼 수 있는 공간이어야 했다. 때로는 시집살이 힘들어 눈물 흘리기도 하고 정화수 떠놓고 기도를 올리는 신성한 제단이기도 했다. 장독대를 보면 그 집의 가풍과 음식을 알 수 있다. 장독대는 함부로 거처를 옮기지 않는다.

 옹기의 종류는 무려 250여 종류에 달한다. 고운 흙으로 만든 청자나 백자와는 달리 작은 알갱이가 섞여있는 점토로 만들기 때문에 가마에서 소성될 때 점토가 녹으면서 미세한 숨구멍이 생긴다. 이곳을 통해 공기가 드나든다고 해서 숨 쉬는 그릇이라 부른다. 옹기는 한국의 전통문화와 음식문화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우리의 소박한 토속신앙을 보여주기도 하며 옹기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독, 항아리, 중두리, 소래기 등 다양하다.

 옹기는 발효음식의 산실이며 장독대는 한국의 음식문화를 상징하는 원형이다. 우리 고유의 삶과 지혜와 멋과 한이 담겨 있다. 한국이 바이오과학을 이끌 수 있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청주시는 생명문화의 가치를 계승하고 발전시키겠다며 만천하에 선포했다. 오송 일원은 지자체와 국가가 힘을 모아 바이오산업으로 특화되고 있다. 이 마당에 옹기는 청주정신의 시작이자 그 가능성의 확장이 아닐까.

 오송 봉산리에 대규모 옹기가마터가 발견되었다.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지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이 일대가 택지개발지구이기 때문에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명암동의 옹기박물관은 경영난으로 폐업한 지 오래다. 국내 최대 규모였다. 주인은 더 이상 옹기를 지킬 힘이 없다며 기증하겠다고 했지만 15년 전에 지자체 예산 받은 것이 발목잡고 있다.

 청주정신이 무엇일까. 생명문화의 상징, 발효과학의 원형인 옹기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가꾸며 교육과 문화콘텐츠로, 음식과 행복의 원천으로, 바이오와 4차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진정한 청주정신이 아닐까. 청주에 대규모 옹기테마파크 하나 있으며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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