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한 해가 또 저물어 가고 있다. 한 해의 끝자락 12월이다. 지나간 날 들을 되돌아보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고 정리하면서, 새로운 마음을 다지게 될 시간이다. 무릇 인간은 '생각하는 주체'로서, 다른 동물과 달리 '자신을 돌아 볼 수 있고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존재'이다. 말하자면 '성찰하고 사유할 수 있는 이성적 동물'인 것이다.

 자기성찰(自己省察)이란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반성적 행위'이다. 아울러 '자신과 대화를 통해 자아(自我)를 찾아내고, 이를 완성하는 심리적 과정'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비범한 인물들은 자기성찰의 의지와 능력이 돋보였다. 일찍이 소크라테스는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라 하였다.

 돌이켜 보면, 옛 선인들은 외부보다는 내면의 세계에 마음을 기울였다. 그리하여 끊임없이 잘못을 고쳐나가고, 마음을 정화(淨化)하면서 삶의 길을 찾기도 하였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흔히 외부에 문제나 탓을 돌리려는 경향이 있다. 자기성찰의 궁극적인 목적은 험난한 삶의 역정에서 지혜를 얻는데 있다. 그 과정에서 위기와 시련을 딛고 일서서서, 보다 더 단단해지고 성숙해질 수가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사유이다. 사유(思惟)란 '생각하고 궁리하는 행위'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자신을 올바로 바라볼 수 있게 됨은 물론 자신의 철학으로 자리매김이 이루어 질수 가 있는 것이다. 인간은 '죽는 날까지 나 자신과 동행해야하는 존재'이다. 인간은 근원(根源)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봄으로써 존재의 근원과 의미를 숙고(熟考)하기도 한다. 나아가 그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면들은 조금씩 개선하고 실천하여, 이전보다 훨씬 성장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성찰과 사유를 통해서 주인으로서 살아가기가 그리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 만큼 세상을 살아가기가 매우 어렵고 고통스런 일들을 겪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는 이를 이겨내야 한다. 고뇌를 통해서라도 옳게 사물을 바라보고 소중한 삶의 가치를 얻어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들이, 마음의 근육이 되고 참된 삶의 기준이 되도록, 잘 엮어 가야 한다.

 오늘날 첨단 과학문명의 시대에 인간으로서의 자기 인식이 결여되고 있으며, 물질적 가치 속에 자신을 가두어 정신적 가치가 엷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르게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 부디 올 한해를 차분히 되새김 하며, 새해의 텃밭에 무엇을 어떻게 심을 것인지 차분히 정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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