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일이 일어나 잘못된 뒤에는 손을 써도 소용이 없다는 비꼬는 말이다. 그런데 속담의 말도 시대가 변하고 있다. 잘못으로 소를 잃었더라도 외양간을 잘 고쳐야 다시 소를 기른다면 변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해난사고도 정부의 대응은 속담만도 못했다. 그동안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잘못 고쳐 다시 소를 잃었으니 어찌하면 되겠는가?

 영흥도 낚싯배 사고가 발생한 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낚싯배 사고가 결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국가의 책임은 무한 책임이라"며 "이번 사고 역시 국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고의 수습이 끝나면 늘어나는 낚시 인구의 안전관리에 대해 제도를 개선하거나 보완할 점이 없는지 점검하라고도 지시하기도 했다. 이번 해난사고 역시 불가항력의 천재가 아니라 인재 징후가 드러난 게 문제였다.

 정원 5명이 승선할 수 있는 어선을 무리하게 낚싯배로 개조해 화를 키웠다는 것도 그렇다. 사고를 일으킨 급유선(명진15호) 역시 출항 즉시 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에 신고해야할 규정을 어겼다는 말도 들린다. 한마디로 안전불감증이 항해하는 선박이나 당국의 관제시스템에 허점투성이라는 얘기다. 두 배의 사고는 연안의 좁은 수로를 통과하려다 일어났다. 이 배는 평소 인천항과 평택·대산항을 왕래하는 급유선인데 사고가 난 영흥도 사이를 가로 지르면 먼 바다를 돌아가는 것에 비해 기름값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수년 전부터 지름길을 택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급유선의 통행량이 부쩍 늘었다. 그런데도 낚시 인구가 증가하면서 주말이면 이 뱃길로 낚시꾼을 실어 나르는 소형 선박의 왕래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처럼 땅으로 치자면 도로에 차선이 그어지지 않은 곳에 많은 배들이 몰리다 보니 급유선과 낚싯배와의 충돌 사고 위험은 상존할 수밖에 없지만 교통정리는 원활치 못했던 것이 오늘의 사고를 부채질했다.

 사고 때마다 제기되는 당국의 늑장 대처 의혹이 또다시 제기됐다. 구출작전이 허술해 수중구조대가 사고 72분 뒤에야 현장에 도착하는 등 구조의 골든타임(30~40분)도 놓쳤다. 또 민간 선박과 어장을 정리하느라 신형 구조선의 고장으로 육로로 이동하는 등 이유를 댔지만 이를 이해해줄 국민이 얼마나 있을 지 의문이다. 이쯤 되니 우리 사회가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정치권과 정부는 해난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국가 재난방지 시스템부터 다시 점검하는 데 합심하기 바란다. 배를 운항하는 선장에게도 문제가 있다. 낚싯배가 알아서 피해갈 줄 알았다는 무책임한 경찰 진술에 기가 막힐 뿐이다. 큰 배를 모는 선장의 작은 양보와 배려만 있었더라도 초겨울 새벽 인천 영흥도 앞바다는 눈물의 비극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한 국가는 무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서 안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이번 해난사고로 다시 뼈아픈 교훈으로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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