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락 변호사

[윤종락 변호사] 아침 출근길에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면 검은색 롱패딩을 입은 모습을 자주 본다. 며칠 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롱패딩'이 입소문을 타고 불티나게 팔렸다. 몇 해 전에는 야구점퍼가 대학생들 사이에 유행했고, 특정 회사의 점퍼는 남자 고등학생 사이에 유행하여 그 회사 상표이름을 붙인 00000교복 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개성을 중요시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10대 후반과 20대들이 왜 유독 옷에는 획일성을 갖는지 의문이 든다.

 어떤 이는 그 이유를 개인주의 문화에서 구성원간의 동질성을 찾기 어려워 그 대안으로 동일한 옷을 입는다고 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본능적으로 구성원간의 동질성을 찾게 되는데, 현대의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그 동질성을 찾기 어려워 그 대안으로 획일적인 옷을 입는다는 것이다. 다른 이는 자본주의 상술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자본주의 상술은 고가의 옷을 출시하고, 그러한 옷을 입는 것은 유행에 뒤지지 않는 패션감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하며, 고가의 옷을 갖지 않은 사람보다 우월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는 개성을 중요시 하는 젊은이들이도 여전히 한국 특유의 집단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나라이고 그러한 문화로 인하여 개성을 중요시 하는 젊은이들도 여전히 집단주의 성향이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수년전 겨울철 교복으로 위용을 떨쳤던 고가 패딩 열풍과 마찬가지로 이번 롱패딩 열풍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가라앉으며 낡은 유행으로 이내 사라질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패딩 열풍으로 고가의 상품을 사야하는 경제적 부담이 있고, 고가 패딩이 없는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참 예민한 시기에 있는 10대 학생들에게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은 유행에 편승하여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적정한 가격에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다면 위와 같은 위화감 문제는 줄어들 것이다. 또한 부모는 무조건으로 자녀의 고가 패딩 매수 요청을 받아들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자녀들에게 유행을 쫓는 것도 좋지만 획일적인 옷을 입게 됨에 따라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해 주어야 할 것이다.

 등골브레이커가 매년 등장하고 올해는 롱패딩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래도 다수의 부모는 자녀들에게 등골브레이커 상품을 기꺼이 제공해 준다. 하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몇 해 전에 동일한 문제를 겪지 않았던가? 부모는 사랑하는 자녀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의무와 책임이 있다. 이번 롱패딩을 열풍을 계기로 자녀들과 뜻깊은 대화를 시도해 봄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물론 롱패딩을 사주는 것이 수천 배는 쉬운 일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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