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심완보 충청대 교수] 요즘 신문과 방송, 인터넷포탈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비트코인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전망이 나와 관련 데이터를 찾아보던 중 청와대 청원게시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비트코인을 키워드로 찾아보니 2017년 10월 15일에 30대 역사교사 한 분이 지부상소(持斧上疏)로 올린 글이 첫 글로 올라와 있었다. 지부상소란 받아들이지 않으려면 머리를 쳐 달라는 뜻으로 도끼를 지니고 올리는 비장한 상소라는 의미이다.

 이분의 주장은 문과 공부를 한 자신이 생각해도 가상화폐는 세상을 바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중요한 기술을 가상화폐라는 껍데기를 씌워 규제만 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시발점으로 가상화폐 규제는 자본주의를 역행하는 처사이니 규제를 풀라는 찬성의 글과 가상화폐는 부작용이 많으니 규제를 엄격히 하라는 반대의 글이 오늘 아침까지 96건이나 올라왔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따르면 11월 기준 회원 수는 134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올해 1월 기준 33만 명에 불과하던 회원이 약 10개월 만에 100만 명 넘게 새로 유입된 셈이다. 새로 유입된 회원 중에는 젊은 회원의 수가 많았는데 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매일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상주하며 매매를 하고 있는 '비트코인 좀비'가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현상 때문에 청와대에서 조차 가상화폐의 현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예의주시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은 12월 8일 2,500만원을 찍으며 1,000만 원 선을 넘었던 지난 11월 26일 이후 12일 만에 2배가 더 올랐다. 올 초와 비교하면 2,000%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이렇듯 비트코인 투자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가상화폐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던 제도권의 분위기는 부정적으로 돌아 서는 듯하다. 법무부를 중심으로 한 '가상화폐 태스크포스'는 가상화폐 투자 금액이나 투자 자격을 제한하는 규제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하고 금융위원회도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할 수 없는 만큼 가상화폐를 기초로 한 선물 거래도 금지한다며 증권업계에 거래 불허 방침을 통보했다.

 미국에서도 한 금융권 최고 경영자는 "비트코인은 사기이며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광풍보다 더 심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중국도 이달 초 가상화폐를 내걸고 자금을 조달하는 '가상화폐 공개'를 금지하고, 비트코인 거래소도 문을 닫게 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인지 급등했던 비트코인 시세는 12월 10일 오후 4시 기준, 1코인당 1,500만 원 선으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12월 8일 2,500만원 수준에 비해 이틀 만에 무려 40%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과연 비트코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일부 사람들에게만 쓰이는 디지털 화폐로 머무를 수도 있고 인터넷처럼 전 세계의 사람들의 공용 인프라가 될 정도의 혁명적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인터넷 혁명, 모바일 혁명을 이어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기술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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