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2017년도 어느덧 저물어간다. 한국 현대사에서 올해만큼 다방면에서 다사다난했던 때가 있었나 싶다. 여러 사건 가운데 정치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당연히 촛불 집회와 정권 교체다. 무능하기 짝이 없는 국정 농단 세력에 대한 분노가 민중의 자발적인 촛불 집회로 이어졌고, 마침내 세계 민주주의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방법으로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다. 지난겨울 시작한 촛불 집회는 올해 1, 2월까지 이어졌고, 3월 10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로 그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렸다.

 이는 2016년 12월 9일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고 헌재에 접수한 지 92일 만의 결정으로, 헌재가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인용한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 최초의 현직 대통령 파면이다. 2016년 10월 비선실세 최순실의 연설문 수정 의혹 보도로 시작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당사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판결이었다. 그는 3월 31일 구속되었고 현재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언론사에서 가장 큰 사건은 KBS·MBC 양대 공영 방송 노조의 총파업이다. KBS 노조는 파업을 통해 '공영방송 정상화와 박근혜 정권 시 새누리당이 임명한 7명의 이사들 사퇴'를 요구했다. 'MBC판 블랙리스트'가 도화선이 된 MBC 노조의 파업은 김장겸 사장이 지난 10년간 방송 공정성 훼손과 노조 탄압에 앞장섰다며 퇴진을 요구했다. 11월 13일 김 사장의 해임 결정이 내려졌고, 11월 15일부터 MBC 노조는 파업을 접고 업무에 복귀했다. 이전에 부당전보를 당했던 구성원들은 부서로 복귀했으며, 12월 7일 최승호 사장이 선임된 이후 방송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언론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생각할 때 정권의 입맛에 맞는 보도가 아닌, 사실에 근거한 공정한 보도로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는 건전한 언론사로 거듭나기 위한 후속 조치가 취해져 언론이 본래의 순기능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사건으로는 계란 살충제 파동과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있었다. 이 두 사건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사항이라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계란 파동은 전 국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으로, 생리대 파동은 가임 여성의 신체에 미치는 영향으로 문제가 되었다.

 군사적 사건으로는 판문점을 통한 북한 용사의 귀순을 들 수 있다. 귀순 과정에서 총상을 당해 거의 죽음에 이른 그를 살려낸 외상외과 의사 이국종, 그의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거침없는 직언은 의인이 드문 이 시대를 사는 시민들에게 가히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또 그것들에 대한 대처 방식과 해결 과정을 통해 시민의식이 더 성숙해지고,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해지고, 궁극적으로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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