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육정숙 수필가] 12월은 한 해! 일 년 열두 달 중 마지막 달이다. 그도 이미 중순을 넘어서고 있다. 고개를 들어 빈 하늘을 바라다본다. 공허하다. 아쉬움에 대한 미련의 크기인가! 땀 흘리며 나름 열심히 살아왔던 날들을 돌아보며 회한에 젖는다. 그렇다! 결과가 어떻든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다. 12월은 지난날들의 마무리와 지난날들을 토대로 새로운 시작의 디딤돌이 되는 달이다. 그래서일까! 12월은 괜한 설렘이 있다. 또한 망년회니 송년모임이니 하여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그리운 얼굴들도 만날 수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나가지 못했던 모임에도 참석하여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꽃도 피운다.

 가로수들이 무성했던 나뭇잎들을 떨어내고 앙상하게 서있는 도로가를 걷는다. 찬바람이 스산하게 일렁인다. 빈 가지로 서있는 겨울나무에게서, 어스름저녁시간 밝혀지는 가로등불에서 쏟아져 내리는 쓸쓸함과 외로움이 온몸 세포 속으로 파고든 탓일까! 옷깃으로 스미는 찬바람을 막자고 올린 코트 깃이 더욱 멋지게 보이는 달이다. 거리엔 크리스마스 캐럴이 힘차게 울려 퍼지고 더러는 함박눈이 내려 뿌옇게 흐려진 허전한 공간을 가득 채워주는 하늘의 센스도 있다.

 그렇게 12월은 외로움과 쓸쓸함과 화려함과 생동감과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찬 달이다. 우리는 늘 시작과 끝의 연속선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낮과 밤! 해가 뜨고 지는 일. 하루의 시작과 끝이다. 숫자로 둥근 판을 노니는 시간들. 매시간 매분 매초 역시 시작과 끝의 연속이다. 짧은 다리로 똑딱이며 분주히 걸어가는 초침의 연속성이 삶 속에서 우리를 긴장하게 하고 때론 여유를 부리게도 한다.

 12월에 돌아본다. 빠르게 지나간 삼백 예순의 날들을. 힘들었던 일, 화났던 일, 슬펐던 일, 기뻤던 일, 감동 받았던 일 등등 숱한 날들이 영화의 한 장면들처럼 지나간다. 그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자신의 역량에 따른 최선을 다 할 뿐이다. 북풍한설에 흔들리는 12월의 빈 나무 가지들처럼 우리도 바람결에 심한 몸살을 앓기도 한다. 그 혹한의 겨울바람도 결국 시간 속으로 지나가고 마는 것을.

 살면서 무엇이 필요한가? 명예, 체면, 돈, 학벌 등, 현대의 삶은 특히 필요한 것 같다. 허나, 모두 갖추고 살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매서운 한파가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그래도 이 새벽부터 활기차게 움직이는 이들이 있어 세상은 돌아간다. 제 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씨앗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는 길목인 12월은 우리들의 삶에 있어 또 하나의 단단한 디딤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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