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 충북주민자치회장

[홍순철 충북주민자치회장] 찬바람과 함께 동장군이 돌아왔다. 군밤과 크리스마스에 흰 눈을 떠올리며 겨울이 주는 낭만을 만끽할 수도 있으련만 겨울 한파에 속수무책일 취약계층이 떠올라 따뜻한 내 방도 가시방석이다. 새터민들과 지역 독거노인을 위한 김장 나눔 행사와 생필품 바자회를 얼마 전에 실시했지만 그 정도 도움은 빙산의 일각일 뿐일지니 영하 11도가 맴도는 매일을 그들이 어찌 견딜지 속도 모르고 차가운 바람은 밤새 매섭게도 몰아치고 있다.

 돈이 없어 난방을 하지 못해 동상에 걸리고 각종 병에 노출되는 사례는 요즘도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 어린 아동들이 있는 불우 이웃의 경우 그 사태는 매우 심각하다. 빈곤과 추위를 견딜 자신이 없고 미래가 없는 현실에 절망하여 더 이상 살고 싶지도 않다는 어느 모자(母子)의 인터뷰는 새삼 충격적이었을 뿐더러 쪽방촌에 살고 있는 독거노인이 추위를 견디지 못해 죽음을 맞았다는 뉴스에 절로 눈시울이 붉어지고 만다.

 필자는 정말 이 사회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것을 알고는 있는지 하염없이 창피하기만 하다. 몇 십억 몇 백억의 뇌물비리를 저지르고도 죄책감 없는 사회 인사들과 추위에 떨다가 죽음을 맞이한 사람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괴리감 있는 현실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더불어 살자고 하면서 내 것이 남아야만 겨우 남을 돕기 위해 뒤돌아보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주 필자가 소속된 몇 가지 모임에 나가 공동체의 봉사와 의식이 매우 중요한 시기가 아니겠냐며 후원과 기부를 독려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모임의 후원자들에 의해 불우이웃들의 실체와 그들을 돕기 위한 사례들이 이야기되었다. 식당에 다니면서 근근이 생활비를 버는 어느 60세 아주머니는 주말 쉬는 날을 기꺼이 포기하고 양로원을 찾아가 반찬을 해주고 노인들의 얘기친구가 되어 준다. 나이 75세가 넘은 동네의 자율방범대원은 하루도 빠짐없이 독거노인들을 방문하여 아프고 쓰러지는 일 없는지 확인을 한다고 한다. 작지만 함께 나누고 웃는 것 자체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나마 이 사회에 온정이 남아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필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를 매일 생각해본다. 생각의 끝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변치 않는 한 가지는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알아야 한다. 우리는 혼자서는 절대 행복해질 수가 없다. 그 어느 때보다고 뜨겁게 나누고 헌신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가 열정과 나눔으로 공존하는 것을 간절하게 원한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행복임을 깨달아야 한다.

 나누자. 마음만 먹으면 그 무엇도 다 나눌 수가 있다. 재능과 지식을 나누고 배움의 기회를 나누고 옷과 난방 기구를 나누고 먹을 것을 나누며 그렇게 사회의 그 어떤 계층도 절망하여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희망의 불씨를 살려보자. 우리의 겨울이 그렇게 따스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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