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만남과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 왔다. 카로사는 "인생은 만남"이라고 했고, '너와 나'의 저자인 마틴 부버는 "참다운 삶은 만남에서 비롯된다"고 만남의 인연이 소중함을 강조했다. 태어나면서 부모 형제자매와 사회생활을 익히고 이웃의 또래집단과 뛰어놀며 욕도 배우고 좋은 습관, 잘못된 습관을 익히며 살아왔다. 좋던 싫던 가정과 사회, 학교는 개인의 성장과정에 많은 영향을 준다.

 그러기에 가풍(家風), 사회기풍, 교풍(校風)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맹자(孟子)에 거이기(居移氣), "거주하는 환경이 바뀌면 기상(氣像)이 달라진다"고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맹자(孟子)의 어머니는 자식 교육을 위하여 세차레나 집을 옮기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교훈을 남겼다. 좋은 만남은 좋은 결과를 낳고 (善因善果), 잘못된 만남은 잘못된 결과를 가져온다고(惡因惡果)고 하지 않은가. 지장본원경(地藏本願經)에 다봉성인(多逢聖因)이라고 "좋은 사람을 만나면 좋은 결과가 주어진다"고 했고, 예로부터 "친구는 자기보다 한 단계 높게 선택하기"를 권하고 있다. 살아오면서 부모님의 자애로운 사랑 속에 형제자매, 그리고 친구들과 이웃의 도움과 격려가 오늘의 나를 있게 했다.

 그 동안 교직을 천직으로 삼고 학생들과 즐거움과 어려움을 함께 하며 살아온 32년 6개월, 사회과목을 가르치며 인성교육에 관심을 갖고 성공의 첩경은 인간관계에 있고 인간간계는 인사를 잘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인사 잘하기' 운동을 전개하다보니 모교인 청주고 교장을 마지막으로 교단을 떠난 지 벌써 13년이 되었다. 최근 들어 길에서, 시내버스에서, 또는 예식장에서, 고향인 음성고, 청운중과 청주고 교장시절의 제자들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교장으로 가끔가다 강당에서 '인간관계가 소중'하다고 강조한 게 고작이었는데 기억해 주니 반갑다.

 바쁘다는 핑계로 그리운 사람들, 보고 싶은 사람들을 한 하늘 아래서도 만나지 못하고, 세월의 흐름 속에 한분, 두 분 우리 곁을 떠나셨다. "녹양이 천만사인들 가는 춘풍 매어 두며/탐화봉접인들 지는 꽃을 어이 리/ 아무런 인연이 중한들 가는 임을 어이 리/"라는 시가 생각난다. 불교의 八苦에 애별리고(愛別離苦)라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을 들고 있다.

 뵙고 싶어도 뵈올 수 없는 분들,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도 못한 채 만나지 못하는 분들, 또 한해를 보내게 되니 회남자(淮南子)에 생기사귀(生寄死歸)라고 잠시 머물다 떠나는 게 나그네 같은 인생임을 느끼게 한다. 떠나신 분들에게는 명복(冥福)을 빌고, 만나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건강하신 모습으로 언제나 웃음이 집안에 가득하고 운문선사(雲門禪師)의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란 말과 같이 "날마다 좋은날"이길 빌며 인연이 맺어진 분들을 소중히 생각하며 한해를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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