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영화 스틸컷)

<온라인충청일보>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에서 강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한 순간에 충무로를 접수한 배우 김태리. 이번엔 영화 ‘1987’(감독 장준환)에서 평범하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대변하는 인물을 연기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1987’은 고(故) 박종철 사건 실화를 다룬 영화로, 30년전 검은 권력에 대항하는 뜨거운 항쟁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직업을 막론하고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염원은 나라 전체로 퍼지기 시작한다.

▲ (사진=영화 스틸컷)

극 중 김태리가 분한 연희라는 인물은 실존인물이 아닌 가상의 인물이다. 그러나 가공의 인물을 따로 설정했어야할 만큼 그의 존재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데, 바로 연희라는 인물이 관객들의 시선을 대변한다는 점이다.

‘1987’은 역사적인 사건, 즉 과거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현재에 살고 있는 우리의 시선에 공감을 주기 위해선 장치가 필요했다. 그리고 김태리가 분한 연희가 바로 그 장치로 작용한 것.

 연희는 대학 신입생으로 또래들처럼 소개팅을 하거나 유행하고 있는 유재하의 노래를 즐겨 들으며 평범한 인물이다. 시위는 자신과는 별개인 이야기이며 참여하는 선배와 동기들이 무모해 보이고 삼촌 역시 밉기만 하다. 그러나 마음 한편으로 연희는 시대에 저항하는 이들이 옳다고 믿고 있어 갈등한다.

어쩌면 평범함이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연기다. 김태리는 이런 연희의 평범함을 살리기 위해 일반적인 여학생으로 완전히 변신했다. 또 작품 내용의 전체를 아우르며 관객의 시선과 극 중 시대에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의 시선을 모두 대변한다. 이를 위해 김태리는 시대상에 완벽하게 적응하는 한편 충분한 공감대를 살 수 있도록 섬세한 표현에 집중했다.

이전 작품인 ‘아가씨’와 성격도 설정도 다른 캐릭터를 분했지만, 이는 김태리에게 별반 문제가 되지 않은 듯 하다. 김태리가 아직 신인이며 작품 수가 많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대목이다. 그는 “선배들과 감독님의 도움이 컸다”라며 겸손을 떨었지만, 태산 같은 선배들을 사이에서 작품의 가장 중요한 포지션에 위치했다는 그 중압감을 견뎌냈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낼 만하다.

스토리의 전개를 바꾸거나, 갈등을 일으키는 인물이 아님에도 가장 핵심적인 인물을 분하며 또 돋보이게 하는 것은 상당한 난이도의 연기다. 그러나 장준환 감독은 아직 ‘슈퍼 루키’인 김태리에게 그 역할을 맡겼고, 김태리는 보란 듯이 해냈다.

 데뷔 1년차 ‘슈퍼 루키’ 김태리. 그가 ‘1987’에서 맡은 것은 특별한 능력을 지녔거나 감성을 터트리는 여주인공이 아니다. 그는 일련의 큰 흐름 속에 마치 우리를 대변하는 듯 조용하고 또 선명하게 작품속에서 반짝인다. 김태리의 강하고 조용한 호연은 오는 27일 ‘1987’에서 확인할 수 있다. 러닝 타임 1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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