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

[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 농업은 인간이 지구상에 살기 시작한 이래 수렵시대를 거쳐 맛있는 과일의 씨를 땅에 심고 작은 동물들을 잡아 우리를 만들어 기르기 시작된 농경사회를 거치면서 먹거리를 책임지는 산업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영국에서 증기기관차가 탄생하고 전 세계적으로 촉발된 산업화는 도시라는 새로운 정주권역을 만들었고 농촌인구의 대규모 도시이동에 따른 농촌의 공동화를 야기하면서 농업의 쇠퇴기를 맞이하게 한다. 급진적으로 진행된 산업화는 결국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생태계 파괴와 온난화라는 역기능을 가져오면서 이제는 지구환경 보전과 생명의 연장이 지구상 가장 큰 과제로 인류가 해결해야할 최고의 과제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처럼 모든 환경이 나빠지는 과정에서 우리 농업은 농업인구의 노령화, 국제적인 전면 개방화에 따른 경쟁력과 수익성 악화로 가장 인기 없는 산업으로 치부되면서 많은 시련과 어려움 속에 그야말로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농업에 요즘 새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담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그렇다면 농업의 공익적 가치란 무엇인가? 농업은 단지 쌀과 채소, 과일 등을 생산해내는 1차적인 기능이 끝이 아니고 식량안보와 홍수조절, 대기정화, 경관보전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농업의 공익적 가치라 하고 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998년 농업각료회의에서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중요성을 인정하고 이를 회원국들이 확보해야 할 공동목표로 각료 선언문을 채택하였고 세계무역기구(WTO)의 농업협정 서문 및 제20조에서도 농산물 무역자유화 협상 과정에서 식량 안보. 환경보전 등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면서 이미 유럽 등 농업 선진국에서는 그 가치를 인정해주고 이를 보상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농업의 보호를 통한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농촌사랑운동이 확산되고 여가문화와 자연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담자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가를 알아보자.

우선 논에 저장하는 물의 양이 26억 2천만 톤에 달하고 밭에서도 5억 7천만 톤이라는 물을 저장해주면서 홍수 조절 기능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논에서 벼는 매년 1,011만 톤의 산소를 뿜어내고 밭에서도 333만 톤의 산소를 생산해주면서 대기정화에 일동공신이라는 것이다. 또한 논. 밭은 여름철에 수분을 증발시키고 공기 중의 열을 빼앗아 대기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오염된 물을 50%이상 깨끗하게 해주는 수질정화 기능과 연간 6,065만 톤의 토사 유실을 막아주는 토양보전 기능 까지 가지고 있다.

이밖에도 지하수 보전 등 수자원 확보와 아름다운 경관 및 전통문화 계승, 휴양 및 레저 공간 제공 기능 등을 모두 합하면 화폐가치로 80조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당장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재화는 아니지만 국민들의 건강과 나라의 안위를 책임지는 정말 커더란 기능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껏 이를 인정받지 못하고 지내왔던 것이다.

이처럼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시점에서 본 국민들의 여론 또한 상당히 우로적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전국 6대도시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84%가 농업이 지금까지 중요했고 앞으로도 중요할 것이라고 대답했고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80%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부각되고 있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반드시 헌법에 명시하고 이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인정해하며 이로 인한 농업의 새로운 성장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제도적으로 인정되면 그동안 희생적 가치로 어려움을 겪던 농업인들에게는 갈증 속에 청량제와 같은 에너지가 되어 새로운 성장의 전기가 마련될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많은 기능이 제대로 활용되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업인들의 할 일 또한 막중하기에 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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