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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개띠김윤희 수필가·前 진천군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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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28  14: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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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희 수필가·前 진천군의원] 2018년도 달력을 새로 내건다. 묵은 이파리 떨어내듯 몇 남은 날들 위에 새 날을 걸고 보니 단기(檀紀) 4351년, 무술년(戊戌年)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인사말과 함께 빼곡히 적힌 숫자들이 손을 내밀며, 이제부터 함께 가잔다. 수인사를 나누고 열두 달을 훌훌 넘겨보니 한 달 서른 날 중에 네댓 번은 어김없이 휴일이 주어진다. 더러 보너스처럼 빨간 글씨로 공휴일도 주어졌다. 쉬는 날이 꽤 많다. 출퇴근 하는 사람도 아니면서 공휴일에서 휴식을 느낀다. 전년도와 같은 요일 위에 숫자 배치만 달라졌을 뿐인데 새롭다. 아니, 나날이 새로운 날을 맞고 싶은 마음이 크게 작용한 때문이리라.

 일정한 속도로 단 1초의 쉼도 없이 뚜벅뚜벅 반듯하게 걸어가는 것이 시간이다. 허투루가 용납되지 않는 세계다. 그 시간의 흐름이 세월이다. 세월이 걸어간, 걸어가야 할 발자국이 달력에 숫자로 찍혀있다. 달력은 세월의 얼굴마담이다. 언제부터인가 달력은 내게 숨고르기를 위한 이정표 같은 쉼을 느끼게 한다.

 지금은 전설처럼 남아있는 옛 다방의 풍경이 떠오른다. 삶에 지친 이들의 어깨 위로 세월의 그늘이 얹혀있다. 쓰디 쓴 커피에 설탕과 프리마를 푹푹 퍼 넣고 홀짝거리던 사람들. 그들은 한복 곱게 차려 입은 다방 마담의 얼굴에서 쉼을 느끼느라 다방을 찾은 것이 아니었을까. 어두컴컴한 실내 분위기, 자욱한 담배 연기와 함께 사라져간 그 정서가 아직도 가슴 밑바닥에 먼지처럼 남아 있는 것은 우리네 삶의 한 단상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새 달력을 내 걸때마다 새 힘을 얻는다. 마음 한 구석 설렘도 갖는다. 숨 가쁘게 달려오면서도 한 굽이 한 굽이 이리 숨을 고르며 지나온 길을 되돌아볼 수 있는 쉼터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싶다. 종착지도 알 수 없는 길을, 이정표 없는 상태로 막막하게 걷는 것과 하루를, 한 달을, 1년을 단위로 목표를 세우고 걷는 발걸음은 분명 다른 것이다.

 2018, 무술년을 '황금 개띠의 해'라고 벌써부터 떠들썩하다. 무(戊)는 하늘의 에너지로 큰 산을 의미하며 황금색을 나타낸다. 술(戌)은 땅의 에너지로 개띠를 의미한다. 개띠 중에서도 유독 1958년생은 태어난 연도를 꼭 함께 붙여 '58년 개띠'라 칭해왔는데 그들이 회갑을 맞는 연도이다.

 58 개띠는 베이붐 세대 중에서도 가장 숫자가 많고, 극성맞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개 字가 붙어 있는 말은 대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한편, 극성맞다는 것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충직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이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이름값을 해 나가야 할 일이다. 그저 그렇게 세월에 휩쓸려 허정허정 걷기보다는 극성스럽게 세월을 부려야 한다. 밝고 건강하게 자신의 삶을 세월에 담아내 볼 일이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굳세게 살아남아 시대의 변화를 새로 써간 세대가 아닌가. 그런 58년 개띠가 갑년을 돌아 다시 시작하는 해이니 기대를 해봄직하다. 나라 안팎으로 그 어느 때보다 풍파를 많이 겪은 2017 정유년의 아픔을 보듬어 안고 상처를 치유하며 새해를 맞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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