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철흠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의원

[연철흠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의원] 2017년 한해도 저물어 간다. 지방의회에서는 행정사무감사, 예산안 심의 등으로 12월이 가장 바쁘다. 내년 예산심의 내용 중에는 저출산 극복을 위한 사업예산이 있었다. 그런데 문뜩 어린 시절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와 함께 그 시절이 생각났다. 그래서 예전 신문기사를 찾아보았다. 1972년도 신문에서는 전문가가 출산율이 낮아지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주택문제, 에너지 고갈 등으로 망한다며 정부의 출산억제정책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반대로 저출산이 이대로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은 소멸한다며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서로 정반대의 주장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주장의 중심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개인의 삶은 뒤로하고 오로지 대한민국의 장래뿐이다. 국민은 개인의 행복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 줄 국가를 원하지만 국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개인의 출산마저 국가를 위해 늘이랬다가, 줄이랬다가 캠페인을 하며 개인의 행복을 별로 고려해 주지 않는다.

 국민들은 사람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 정부정책이나 전문가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차라리 생명을 존중하기에 낙태를 반대하는 인간적인 면을 강조하면 좋으련만 인구감소로 대한민국이 소멸될까 두려워 낙태를 반대하고, 개인의 행복을 위해 아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총생산량이 떨어지고 경제침체나 노인부양인구가 감소할까 두려워 출산을 장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대한민국은 국민소득 3만 불을 넘어서 세계에서도 꽤 살만한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도 정책의 최종목적이 되어야 할 사람의 행복이 언제까지 정부나 국가경제 발전을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 분노를 넘어 서글픔을 느낀다. 정치인이나 정책을 연구하는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제발 국민에게 겸손했으면 한다. 토론회나 언론매체에 등장하여 알량한 지식과 언변으로 국민들을 훈계한다는 것이 고작 소속 정당만의 이익을 위한 내용이거나 정부정책을 화장하는 역할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썼다 지우고 쓰는 연애편지처럼 사랑에 부족함이 없는지, 더 적합한 표현은 없는지 생각해 보고 국민들 앞에 진솔하게 말을 내놓아야 한다. 정치인이나 전문가의 의견에 국민이 위로받고 힘을 얻기는 고사하고 냉대와 조롱만이 돌아온다는 것을 그들도 알지 모르겠다. 예전, 그 때 출산억제 주장을 했던 전문가, 주민들에게 출산억제 정책을 집행하던 공무원들은 지금 어디에서 뭐하고 있을까? 이미 하늘나라로 갔다면 요즘 대한민국에서 출산장려정책이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뭐라 생각할지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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