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일찍이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의 내면에 다섯 가지 욕구가 존재한다는 논리로 '욕구 5단계 이론'을 발표했다. 사람은 다섯 가지의 욕구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이들 욕구에는 우선순위로 단계가 구분돼 있어 하위욕구가 충족되어야만 비로소 그 다음 상위욕구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매슬로우의 다섯 가지 욕구는 하위단계 순서로 1단계 생리적 욕구, 2단계 안전의 욕구, 3단계 사회적 욕구, 4단계 존경의 욕구,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로 되어 있다.

 이렇게 다섯 단계로 구분되는 이유는 인간 욕구의 우선순위 때문으로 예를 들어 맨 아래의 1단계 욕구인 생리적 욕구, 즉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 다음 상위단계의 욕구를 충족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이렇듯 사람은 안전하게 살고 싶고 그 안전의 욕구는 누구도 침해할 수 없다. 스스로 건강을 지켜 일터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생산과 경제활동에 기여하면서 가족을 돌보고, 문제를 극복하며 더 나은 내일을 실현하기 위한 인간의 생활 사이클 또한 그 누구도 가로막을 권리가 없다. 생명체의 거대한 순환 속에 한 개체로 태어나 사실 이보다 더 고귀한 일이 또 어디에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어김없이 안전의 욕구를 침해받고 귀한 생명을 앗아간 사건 사고들이 되풀이 되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는 안전을 다른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할 최고의 가치로 여겼지만 곳곳에 적체된 무사안일 병폐가 여전했음을 증명해 보였다. 결국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생명을 잃고 나서야 뒤늦게 잘잘못을 따지는 후진적 행태가 아직도 재현되는 황망함에 모두는 넋을 잃고 말았다.

 최근의 인천 영흥도 낚싯배 침몰에 이어 잇따라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고와 신생아 집단 사망사건에 제천의 화재 참사까지 성격은 다르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은 모두 인재에 의한 후진국형 사고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무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 이토록 참담한 일들이 일어났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국은 사람들이 잘못해 실수를 범했거나 지켜야 할 규칙을 무사안일로 일관한 대가는 순식간에 함께 할 가족과 정겨운 이웃들의 안전욕구를 무참히 짓밟아 버렸다.

 대형 참사가 되풀이될 때마다 재발방지의 '안전한 대한민국'을 외치고 굳센 다짐을 했지만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었다. 그것은 마침내 묵혀 두었던 안전문제들이 하나 둘 쏟아져 나오면서 '대한민국에 안전지대란 없다'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듯하다. 이번 사고들을 끝으로 개인과 사회는 변해야 하고 도처에 깔려있는 안전 불감증이란 지뢰는 반드시 제거되어야 한다.

 아울러 그들의 희생과 비극이 헛되지 않게 세심한 점검과 개선은 구호로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들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은 안전 불감증의 병폐를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있는 의식과 제도의 개혁으로 닮은 꼴 참사의 고리를 끊어 안전의 욕구를 충족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안전은 더 비싸고 많이 불편하지만 기꺼이 지불하고 감내해야 할 비용임을 모두가 인식하지 못한다면 안전의 욕구를 충족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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