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이번 충북 제천에서 발생한 복합건물 화재참사는 정부나 여타 조직에서 원칙이 무시되는 관리의 실패가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오는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우리 사회에서 안전을 위해서 지켜져야 하는 원칙들이 무시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삼풍백화점 붕괴부터 성수대교 붕괴, 세월호 침몰 등 계속되는 대형 참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한 이런 참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각종 참사를 예방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해답은 간단하다. 모든 조직과 관리자 및 개인들이 기본과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는 대형 참사는 열심히 일한다고 예방되는 것이 아니다. 불편하더라도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 관건이다. 이것을 무시하는 관행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 이번 제전 화재참사이다. 불법으로 증축이 이루어졌고 소방점검은 원칙이 무시되고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졌다. 그 결과 화재 시 사용해야 할 비상구는 막혀 있었고 29명이 사망했다.

 과거 대통령들이 취임할 때마다 원칙이 지켜지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외쳤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우리 사회에서 원칙은 더 무력화되고 있다. 그 이유는 고위층부터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소위 지도계층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원칙 무시 행동은 일반 국민들의 모방학습으로 전이되어 마치 온 나라가 원칙 허물기에 나선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한국 공공기관의 청렴도는 르완다보다도 못한 세계 52위로 나타났다.

 많은 국민들이 원칙을 지키면 바보가 되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원칙을 지키기보다는 편법을 잘 동원해야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더 부자가 된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최근 기업체 사장 친구로부터 빌린 돈으로 주식투자를 하여 수십억 원을 번 전직 검사장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가난하여 수천 원어치 식품을 훔친 몇몇 서민들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사회질서를 위해 원칙이 제도화된 것이 법이다. 권력자들은 이 법을 고무줄처럼 적용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은 언제나 강자 편에 서 있다는 비판은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만큼은 진리와 같다. 이런 풍토 때문에 우리 사회에는 극심한 갈등이 난무하고 서민들은 항상 화가 나 있다. 부자 언론들과 대기업들은 우리 사회에 반기업 정서가 강하다고 불만이지만, 그 원초적 책임은 분명히 그들에게 있다. 일본 사회는 대기업이라고 해서 협력사 직원들보다 세 네 배씩이나 많은 급여를 주지 않는다. 대기업들이 협력사의 인건비까지 후려쳐서 자기들 배만 불리는 반칙은 한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가진 자들과 고위층에서부터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만 우리 사회에 신뢰와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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