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근 변호사

[오원근 변호사] 최근 자유한국당과 일부 보수단체에서, 통일을 바라는 아이 그림에 인공기가 들어간 것을 놓고 또다시 종북 타령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에서 2018년 달력을 만들면서 지난해 제22회 우리미술대회에서 상을 받은 한 초등학생의 그림을 실었는데, 이 그림에는 활짝 웃는 통일 나무가 양쪽으로 팔(가지)을 펼쳐 그 양 끝에 각각 태극기와 인공기를 들고 있다. 나무 둘레로 아이들이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누가 봐도 통일을 염원하는 순수한 마음이 담겨 있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위 달력에 대해 "민노총 달력인 줄 알았다"고 언급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이 "친북 단체도 아니고 금융기관 달력에 인공기 그림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비난에 가세했고, 홍준표 대표도 "인공기가 은행 달력에도 등장하는 세상이 됐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우리은행 앞에서 달력을 불태우고, 우리은행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바른정당의 하태경 최고위원은 "동심을 빨갱이 그림이라고 이용하는 것은 제정신이 아닌 환자 정당"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경남도당은 지난해 5월 대선 직전에 투표용지 이미지를 사용한 홍보물을 온라인에 올리면서, 기호 2번에 태극기와 함께 '홍준표' 이름을 적고, 기호 1번과 3번에는 사람 이름 없이 인공기를 그려 넣은 적이 있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통일부 등이 주최한 통일 관련 그림대회에서도 입상작 대부분이 그림에 태극기와 인공기를 넣었는데, 그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자유한국당이 지금 인공기가 들어간 그림을 비난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는 격이다.

 그림으로 통일을 말하려면, 남과 북을 표시하여야 하는데, 국기 말고 더 나은 다른 표현 수단이 있을까? '평화통일'은 우리헌법을 관통하는 대단히 중요한 가치다. 분단으로 인한 어려움이 얼마나 많은가. 이산가족의 아픔, 막대한 군사비 지출, 국민들이 항상 불안에 떨어야 하는 것, 휴전선에 가로막혀 대륙으로 바로 가지 못하고 그 때문에 우리의 기상이 꺾이는 것, 일부 세력이 분단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 등등 이루 말할 수 없다. 자유한국당과 그 전신이었던 세력이야말로 북한과 뒷거래를 하면서 민주 가치를 짓밟아 왔다.

 박정희 정권은 1972년 이후 중앙정보부장이 김일성을 만나고 온 다음, 7·4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그 해 천하의 악법인 '유신헌법'을 공포하여 국민들의 인권을 짓밟았다. 199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비선조직이 북한 관계자를 만나 휴전선에서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총풍사건'이 있었고, 이명박 정부 때인 2011. 6. 1. 북한이 "통일부 정책실장 등 남한 핵심관계자들이 돈 봉투를 내밀며 정상회담을 갖자고 했다"고 폭로하는 일도 있었다. 지금 국민 대다수는 더 이상 종북몰이에 속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은 이성을 차리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에 진지하게 동참하여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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