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윤 변호사

[정세윤 변호사] 가상화폐 규제에 대하여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으로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 박상기 법무장관이 가상화폐를 돌덩어리에 비유하며 '거래소 폐쇄방침'을 밝혔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를 거들고 나섰던 지난주 사례가 그것이다. 이 때문에 가상화폐 가격이 30~40%나 급락하는 등 시장은 요동쳤고 투자자들은 청와대 게시판에 '폐쇄반대 청원'을 쏟아내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러한 논란이 확산되자 불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청와대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서며 사태는 일단락됐고, 최근에는 가상통화 실명제를 실시하여 가상화폐에 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로 하여 그 입장을 선회하였다.

 사실상 현재의 가상화폐 시장은 직장인은 물론 주부, 중고교생들까지 뛰어드는 거대한 투기판이 되어버렸다. 투자자가 300만 명을 넘어섰고 하루 거래대금이 수 조원에 이를 정도다. 어떤 형태로든 과열을 진정시켜야 한다는데 이견이 있을 리 없으므로, '거래소 폐쇄'는 정부의 강력한 투기단속 의지로 이해되기는 한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거래소 폐쇄 방안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판단된다. 우선 거래소 폐쇄는 국회 입법을 거쳐야 하는 문제가 있다. 설사 국회 입법을 거친다고 하더라도 '전면적 거래소 폐쇄 자체'는 헌법 제23조 재산권 침해로 위헌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민의 권리에 대한 침해는 기본적으로 입법부에서 만든 법에 따라야 하는데, 지금은 법에 따른 행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폐쇄를 고려하겠다'라는 언론을 통하여 국민 스스로 자제 시키게 만드는 초법적 방법을 통하여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암호화폐의 거래를 불법으로 막을 논리적 근거를 찾기 힘들다. 가격의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라면 원래 농산물의 가격 변동성이 더욱 크며(선물이 나온 이유도 농산물 가격 변동성에 대한 리스크를 막기 위한 것이었음), 품목 자체가 마약과 같이 반사회질서라고 평가하기도 어렵고, 사기 등의 문제가 심하다고 하면 그것은 돈이 더욱 그러하며, 실체를 알 수 없다고 하면 전산상의 모든 프로그램도 그렇다고 평가할 수 있다(정부의 논리대로 한다면 BM특허의 가치도 인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아가 입법 제정을 통하여 이미 거래가 되고 있던 상품을 막는 입법을 종전에 국내에서 한 적이 있는지에 대하여 필자는 아직까지 그러한 선례를 찾을 수 없었다.

 따라서 이제는 정부의 거래소 폐쇄 방안 등 실현 가능성 없는 협박식 대책보다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열기를 서서히 식혀 이에 관한 규제와 대책이 연착륙할 수 있는 방법이 강구되어야 할 때이다. 정부의 각 기관마저 입장이 다른 일관성 없는 정책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 투자자들의 혼선만 가중시켜 보다 많은 피해만 발생시킬 뿐이다.

 무엇보다 가상화폐의 근간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어 나갈 핵심기술이므로 이러한 혁신기술의 발전을 저해하는 대책은 지양되어야 하며, 정부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관련 규제 내지는 대책을 조속히 정비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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