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백목련
새해맞이 음악회이향숙 수필가
충청일보  |  webmaster@ccdaily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1.19  16:30:18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이향숙 수필가] 하얀 세상이다. 포근할 것 같지만 싸늘하다. 따뜻하게 데워줄 소식은 없을까 하던 차에 새해맞이 음악회 초청을 받게 되었다.

무희와 연주자들을 스포트라이트가 비춘다. 그들의 몸짓을 따라 조명도 춤을 춘다. 천천히 새싹이 돋아난다. 별안간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오르는가 싶더니 한 잎, 한 잎 잎사귀를 내민다. 그 위에 꽃이 곱게도 피어난다. 시샘하듯 바람이 거칠어지자 꽃은 바람에게 몸을 맡긴다. 바람은 인고의 세월을 보낸 승려의 몸짓처럼 참다운 깨달음을 얻은 듯 고요해진다. 마음의 평화를 얻을 때쯤 별안간 격정적인 리듬에 맞추는 무희의 춤사위는 눈이 부시다. ‘삼고무’三鼓武로 이렇게 첫 무대의 문을 연다.

‘우리 비나리’는 관현악의 연주가 배경 음악이 된다. 종교음악처럼 느껴지는 소리는 지구의 탄생에서부터 살풀이, 액풀이, 축원덕담, 뒷풀이로 이어지며 우리 역사를 정리하여 소원을 빈다. 남사당에 의해 전해져 내려 왔으며 무거운 소재를 다룬 듯 하지만 우리 내 어머니들이 자식을 위한 기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더불어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의 행복을 기원한다면 옳을 것이다.

‘아리랑 환상곡’은 서정적인 민요다. 아름답고 풍부한 선율로 그려지고 귀에 익은 멜로디는 객을 흥얼거리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우리민족의 아픈 역사를 노래하는가 싶다가도 희망찬 미래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눈을 지그시 감으면 누군가 화답하듯이 문을 열어주는 그림이 그려진다.

가야금 협주곡 ‘소나무’는 자연파괴에 맞서 녹색보존을 희망하는 곡이다. 그래선지 절벽위에 소나무가 연상된다. 자신을 지키려는 의지와는 다르게 천재지변이 일어나고 사악한 무리들이 음흉하게 웃는다. 아슬하다. 가야금 연주자는 이번에는 광활한 소나무 숲으로 안내한다. 자욱한 안개 속에서 서로 이웃하는 그들에게 봄, 여름, 가을 , 겨울이 지나가지만 소나무는 안색 한번 바꾸지 않고 늘 푸르게 보무도 당당히 자리를 지킨다.

양 방언의 협주무대다. 재일한국인인 그는 서툰 모국어로 인사를 한다. 아버지의 고향인 제주도를 처음 방문하였을 때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작곡한 ‘제주의 왕자’를 피아노로 연주한다. 눈을 지그시 감으면 작곡자인 연주자가 안내하는 대로 제주의 풍경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마지막으로 ‘프론티어’frontier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공식주제곡이다. 국악의 흥겨움과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이 어우러진다. 이 친근한 곡의 작곡가를 만나기 위해 일터에서 한 시간을 운전하여 가까스로 공연장에 들어섰다. 그의 연주를 들으며 객석의 뜨거운 박수는 그칠 줄 모른다.

무대 인사를 마치고 떠났던 지휘자가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는 아리랑이 연주된다. 새해맞이 음악회를 시립국악원에서 만난 필자는 한해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것 같은 기분 좋은 힘을 얻었다. 막이 내리고도 한동안 객석을 떠나지 못하고 감동의 여운을 즐긴다.

충청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여백
비주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