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지난해 대만에서 역대 한국영화 흥행 1위를 달성했던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를 보면 사람이 죽어서 재판을 받는 7개 지옥이 있는데 이 가운데 첫째가 살인 지옥이다. 살인 지옥에서는 이승에서 살인을 저지른 자는 물론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아 다른 이를 간접적으로 죽게 만든 사람도 유죄 판결을 받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은 이승에서 안전하게 살아야 저승에서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이승에서 편의를 과감하게 뿌리쳐 준법정신을 길어야 한다는 교훈을 알리려는 영화다. 우리나라 종교인구 통계에 따르면 종교인구 비율은 43.9 이며 이 중 불교는 15.5 에 불과하다.

하지만 '신과 함께'를 본 관람객은 1천300만명이 넘는다. 이 숫자는 영화관람이 가능한 절대다수가 이 영화를 봤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여기서는 종교를 넘어서는 초종교적 문화현상을 감지할 수 있다.

이 영화 속처럼 사람들이 누구나 이승에서 고단함을 줄이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늘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이 시간을 단축하려는 것은 본능에 가깝다. 때문에 몸이 편하고 시간이 절약되는 상태, 곧 편의를 추구하는 것은 하나의 본능이다.

모든 본능이 그렇듯이 편의도 절제되지 않으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편의를 과도하게 추구하다 보면 안일함과 게으름 그리고 욕심이라는 샛길로 빠지기 쉽다. 그래서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수양을 하는 사람은 편의 대신 불편을 자청하는 것이 미덕이다.

산업혁명 후 인류에게 편의 증진을 위한 발명품 가운데 최고의 편의는 자동차다. 이제 우리나라의 자동차 등록 대수는 1.8명당 한 대꼴로 보급됐다. 이렇게 자동차가 많다보니 주차가 큰 문제이다.

때문에 긴급을 요하는 소방차량들이 화재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갈수 없는 형편이 됐다. 충북 제천의 어느 건물에 불이 났을 때 그 앞길에 불법주차 차량으로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해 차를 치우는 사이에 건물 안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이 죽었다.

주차난이 심해도 소방차 전용 공간은 항상 비어 있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은 소방차 전용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준법화 됐다. 이번 화재 사고로 소방차가 얼마나 빨리 현장까지 가느냐가 아니라 건물 가까이 소방차가 들어 갈수 있는지가 화재 진압의 관건이었다.

믿기지 않는 문제로 피해를 부른 사례에 허탈할 뿐이다. 건물 현관 앞까지 차를 가져가는 편의는 그 반대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새해 첫날 강원도 강릉시 경포119안전센터 앞에는 해맞이를 보기 위한 관광객이 차량 10여 대를 세워놓고 해맞이에 나갔다.

주차 안전불감증이 여전했다. 만일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나 하나쯤이야 라는 안일한 생각이 빚어낸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국민의식의 변화를 각자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

안전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국민 각자의 성숙한 의식은 무형의 값진 자산이다. 국민의 변화만이 자신과 이웃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성숙한 공동체 의식을 잊지 말자. 도시 공간을 차에게 빼앗기고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활동을 잃게되면 뜻하지 않은 불행에 닥칠 수 있다.

안전을 위협받게 되면 그보다 더 큰 해로운 일이 어디 있을까. 차를 현관 앞까지 끌고 다니려면 사고와 죽음에 직면 할 수 있다. 차를 바르게 안전하게 세워 두고 건강하게 살아야 신과 함께의 영화 속처럼 지옥에 가서 심판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승에서 양심적 준법정신을 지키며 사는 것은 인간의 기본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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