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

[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 2013년 겨울이 눈에 선하다. 정확하게 1월3일 시무식을 하는 날 우리는 작업복에 등산화를 신고 시무식을 했고 전 직원이 주야가 없이 근무하면서 방역초소를 설치하던 일이 생각난 것이다. 언젠가 우리나라가 가축전염병 청정지역을 소리치던 일들이 먼 과거의 일로 여겨질 뿐 이제는 겨울만 되면 조류독감이 찾아오는 유행성 감기처럼 우리 농촌을 울리고 있다. 구제역과 조류독감은 최근 10년간 우리나라를 엄습해 오더니 구제역도 결국은 전 가축의 백신 접종이라는 극약처방을 하고 나서야 발생 빈도나 규모가 작아지고 있다.

 하지만 조류독감은 가금류의 사육주기나 특성상 백신 접종이 어렵고 현재의 사육환경이 취약하여 모든 면에서 예방조치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처럼 가축 전염병 중에서도 조류독감은 방역과 예방이 어려운데 가금류 중에서도 닭보다 오리농장에서 더 많이 걸리면서 피해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오리가 닭보다 더 심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오리가 닭보다 조류독감의 잠복기간이 3주 정도로 길어서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초동 방역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 다음은 사육농장이 붙어있는 구조의 비닐하우스 축사 비중이 높아 고밀도 사육과 방역공간의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고 마지막으로는 대개의 사육 형태가 계열화 사육 농가로 출하와 이동시 집단으로 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 충북의 경우 오리농장 휴지기 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 채택된 정책인 것이다.

 특히 금년도에 발생하고 있는 조류독감은 우리 농업은 물론  모든 면에서 많은 영향을 줄 것이다. 우선 국제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스포츠 이벤트인 평창 동계 올림픽의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인근의 포천지역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하여 비상이 걸렸다. 평창 동계 올림픽은 사상 최대 규모인 92개국 3,000여명의 외국 선수단이 참가하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동계 스포츠 축제이다. 이런 중요한 축제에 만에 하나 어느 나라가 조류독감을 빌미로 참가를 거부하는 사태가 일어나거나 올림픽 기간 중에 참가자 중 단 한명이라도 인체 감염성이 나타난다면 올림픽의 빛이 바랄 뿐 더러 우리나라의 위상은 추락하고 마는 사태에 빠질 수 있다.

 농업측면에서도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새롭게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 혁명을 주요 국가 시책으로 정하고 집중적으로 지원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이런 마당에 이토록 후진국형의 가축 사육형태를 고집해야 할 것인가를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 이제는 가축 환경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야 한다. 어떻게 인간이 먹는 동물이라 해서 숨도 못 쉴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환경에서 사육을 해야 하는 현실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

 가축 전염병의 상습 발생국의 오명을 벗고 가축사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완성하는 전환점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축사 시설을 현대화하고 사육 형태를 동물복지 시스템으로 전환한다면 가축전염병의 상습적인 발생이 자연적으로 줄어들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국가 명운이 달린 최고의 겨울 스포츠 축제인 평창 동계 올림픽을 목전에 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류독감사태를 교훈삼아 이를 반전의 계기로 마련하여 세계최고 품질의 고기와 우유, 달걀을 생산해내는 나라로 발전하자는 제언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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