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혼자서 즐긴다는 의미로 붙는 접두사 '혼'이 사회 전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나 홀로 살아가는 '혼자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는 의미다. 혼밥, 혼술, 혼행(여행), 혼영(영화) 등 단어들도 일상적으로 사용되면서 시장의 판도까지 흔들고 있다. 이제 '혼자'는 더 이상 청승도, 불편도 아니고 나만의 개성을 추구한다는 의미도 갖게 됐다. 때문에 어느새 혼밥, 혼술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변했다. 그래서 나홀로족을 위한 새로운 소비문화도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된 장래가구 추계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가구 형태는 4인 가구가 아니라 1인 가구로 밝혀졌다. 지난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중 28.4%정도지만 앞으로 계속 증가해 2025년에는 30%, 2045년에는 36.3%에 도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한 정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해야할 판이 됐다. 우리 가구 혹은 가정이라고 하면 보통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보편적인 가족구조를 말한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2인 이상 가족이 함께 사는 것을 기본 단위의 가구로 생각하는 것이 정상이다. 혼자 산다는 것은 학업 혹은 직업으로 인해 일시적이며 어쩔 수 없이 집을 떠나 있는 상황으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1인 가구는 놀라울 정도로 불어나고 있다.

 그러나 1인 가구는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일상생활에서 각종 제도를 보면 2인 이상을 최소한의 가구 단위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가 자주 가는 식당에서 세트 메뉴 혹은 2인 이상 주문 가능이라는 용어가 있는가 하면 1인용 식탁이 준비된 곳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가까운 이웃 일본은 1인용 칸막이 고깃집도 등장한지 오래다. 또 질병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을 해야할 경우 보호자가 있어야 가능했지만 지금은 간병 혜택까지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사회로 바꿔졌다.

 마트나 편의점의 상품조차 1인 제품 단위로 만들어져 팔리고 있다. 하지만 급속한 1인 가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이러한 변화를 인정하고 적응하는 데 얼마간의 시간이 더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보더라도 1인 가구는 가족 구조의 변화, 사회·경제적인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젊은 사람들이 직장을 찾아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그 지역에는 1인 가구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복지 제도는 아직은 가족 중심의 복지 제도로 되어있다. 가정의 모든 문제는 가족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다. 가족이 해결되지 못할 때 비로소 국가가 지원을 하는 구조다.

 우리가 가족 중심 복지 제도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1인 가구의 문제는 아직은 역부족이다. 우리 사회가 인구 구조나 사회 변화에 좀 더 민감하고 예상 가능한 문제들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인구구조 변화로 생활양식에도 큰 변화를 불러오기 때문에 1인 가구 수가 갈수록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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