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순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의원

[박봉순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의원] 제천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충북에서 29명이 화재로 귀한 목숨을 잃었고 유가족들은 지금까지 사고원인 조사와 재발방지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화재 초기진화에 실패한 원인 중 하나는 불법주차 문제라고 한다. 주민들은 왜 불법주차를 했을까? 가까운 곳에 공영주차장이 없어서일 것이고, 있다고 하더라도 비용과 불편함 때문에 상가 주변에 불법주차를 했을 것이다.

 이 세상엔 공짜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 진리이다. 물건이나 노동의 대가는 반드시 제 값을 치러야 한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가격신뢰가 매우 부족하다. 그만큼 많이 속아왔고 반대로 폭리를 취해 부를 축적한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필자도 건축업을 하고 있는데 어떤 건축주는 무조건 싸고 좋은 건물만을 요구한다. 평생 건축을 한 입장에서 보면 비싸지만 좋지 않은 건물은 있을 수 있으나, 싸고 좋은 건물은 절대 없다. 비싸고 좋은 건축 자재를 가지고 시공업자가 실력이 없어서 좋지 못한 건물을 지을 수는 있다. 그런데 창문 하나를 설치하더라도 좋은 자재를 쓰면 가격은 올라가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고 숙련된 기술자를 고용해서 건축을 해야 하자 없는 건물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건축주를 설득을 해도 가격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서 더 싸게 흥정을 하려고만 하는 건축주를 만나면 참 답답하다.

 안전에 대한 비용을 당연시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우리는 늘 나에게 이득이 되는 가격만을 지불하려고 한다. 공영주차장이 있어도 주차비를 아끼려고 불법주차를 하고, 창고에 보관해야 할 물건을 비상계단에 쌓아두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그렇게 본인에게 경제적으로 이익이 된다면 안전은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이 제천참사를 비롯한 각종 대형 재난을 불러오는 것이다.

 재난대비에 익숙한 일본을 비롯하여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에 대한 신뢰가 높은 선진국에서는 안전을 위해 불편이라는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불편함을 무릅쓰고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을 바보나 융통성 없는 고지식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을 국민성에 대한 문제로 보고 국민의식 탓만 해서는 안 된다. 고위층이나 소위 있는 사람들이 병역회피, 탈세, 탈법을 하는 모습을 보고 일반 국민들도 자연스럽게 생존방법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정부나 사회는 국민들이 안전을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나 불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신뢰를 갖도록 해야 한다. 사회적 비용에 대한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는 행정과 국민의 인식이 개선되어야 재난을 막을 수 있고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 모두의 안전보다는 나 자신의 편리함과 비용절감이 먼저라고 생각한다면 재난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고 결국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에 경제성장률도 3.1%로 비교적 높았고 국민소득 3만 불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안전에 대한 비용지출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정책과 국민 인식개선으로 더 이상 대형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대한민국, 충청북도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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